이명박 대통령과 '위풍당당 행진곡'
이명박 대통령이 유력대선후보로 부각됐던 시절부터 생각해왔던 것은, "이명박은 어떤 인간형인가"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파문을 계기로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깨달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일단, 내가 주목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왕이 행차할 때 연주되는 음악이기도 하며, 에드워드 1세의 대관식 찬가이기도 했다. 엘가로서는 조국과 왕실에 바치는 충성의 음악이었다고도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영국을 벗어나면 후진적 독재국가의 독재자들이 선호하는 음악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위풍당당 행진곡'은 취임식 날에 이명박 대통령이 가회동 자택을 떠나 청와대로 향할 때, 동네 어린이들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위풍당당 행진곡'이 코미디처럼 어우러진 적이 있으니, 이는 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장애인 채용 박람회에 방문하면서 울려퍼졌다는 상황이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박람회를 꼼꼼히 살펴보던 박람회 참석자들 중에는, 별안간 '위풍당당 행진곡'이 장엄하게 울려퍼지면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등장함에 따라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위풍당당 행진곡', '왕실'이라는 절대적 권위를 갖는 존재를 향해 충성을 바친다는 의미를 간직한 음악이다. 그리고 엘가 스스로도 시골 출신으로서 귀족이었던 연상의 아내를 만나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고 하는데, 엘가 스스로는 그 '시골 출신'이라는 것에 무척이나 민감해했다고 한다. 옷차림이나 말투를 고치는 등의 '상류사회 일원'임을 이야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것을 강하게 열망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명박 대통령과 '위풍당당 행진곡'의 상관관계를 쉽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낙태' 발언이니 하는 그의 갖은 실언들과 서민에게 노골적인 직격탄을 날리는 정책을 분야 곳곳에서 드러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반대나 비판의 목소리에도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정치논리'라는 말을 남발함으로써 반대 목소리를 조롱하려 한다. '위풍당당 행진곡'이 '절대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곡이며, 작곡자 엘가가 '서민 콤플렉스'에 지독하게 시달렸다는 사실과 잘 연계되는 것 같지 않나?
인터넷 종량제, 이명박 정부의 다목적 카드
'절대자'에게 반대와 비판은 있을 수 없거나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활한 '백골단'과 5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민주노동당이나 폭력시위 한번 벌인 적 없는 참여연대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지정한 경찰의 모습에서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미국산 쇠고기 개방 반대 집회'도 저녁 7시를 넘겼다는 이유로 불법집회로 지정해 일부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일들을 과연 경찰이 단독으로 시도할 수 있을까? 그렇다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조롱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온라인에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조중동'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에서의 종이신문은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신문의 논조를 강요하며 그 이해의 여부까지 조종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는 해당 기사에 대한 반응을 즉시 드러낼 수 있는 댓글게시판이 있다.
오프라인은 '백골단'과 '불법폭력시위단체 지정' 정도만 해도, '비판'이나 '반대'를 제어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는 그런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그런 온라인에 대처하기 아주 좋은 수단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터넷종량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종량제'란 '인터넷 사용시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요금을 부활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말무터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자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제도다. 그렇다. '인터넷종량제'가 현실이 된다면, 가장 큰 이득을 볼 사람들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자들이다.
하지만, '인터넷종량제'가 과연 거기에서 끝낼까? 신분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으며, 보수언론 보도의 헛점이나 대통령 및 정권과 여당 등 총체적인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도 마음껏 지적을 남길 수 있는 공간임을 감안해보자.
'인터넷종량제'에 따르면, 그런 발언을 남길 시간도 돈으로 환산해 서비스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게다가, 과연 가격 책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주머니 사정은 평균적으로 나이에 비례한다. 하지만, 온라인은 젊은이들의 발언권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정치적 이득은 누가 보는 것일까? 물어보나 마나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다.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자들과의 '비지니스 프렌들리'와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 게다가, 젊은이들, 특히 '돈 없는 젊은이들'의 발언을 효율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다는 것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인터넷 실명제'까지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의 '금상첨화'다.
과거에,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을 게으르게 인터넷에 적용해 억울한 선거법 위반자들이 속출했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민주주의 사회가 확실하게 보장해야 할 '국민의 정치적 발언권'을 더더욱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처지는 만화 <몬스터>의 '닥터 덴마'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맞이해 들끓고 있는 민심을 살펴보면, 우리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아프게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극히 정상적인 선거 절차에 의해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직에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에 등장하는 '닥터 덴마'와 비슷한 처지가 됐다. '닥터 덴마'는 '환자의 목숨은 평등하다'는 신념을 안고 나중에 응급실에 실려온 시장의 수술보다 그보다 앞서 응급실에 실려온 어린 소년을 수술한다.
하지만, 알고 봤더니 나중에 들어온 그 시장은 시민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으며, 어린 소년은 양부모를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요한', 만화 제목처럼 '몬스터'로 성장해 인간의 악을 일깨워가며 사회의 혼란을 유발한다.
그 이후로, '닥터 덴마'는 자신의 손이 이끌어낸 결과이기에 스스로 혼란을 해결하겠다면서 병원을 박차고 나가 '요한'을 추적하는데에 전력을 다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인의 관계도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상적인 선거 절차'에 의해 대통령이 됐기에 그가 시도하는 갖가지 정책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 자체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들이 "나는 이명박을 찍지 않았다"는 항변을 잊지 않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와 '학교자율화계획', '건강보험 민영화'와 '상수도 민영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굴욕외교 논란', '백골단 부활'과 '인터넷 종량제', '불법비리 의혹에 노출된 수백억대 재산'과 '땅투기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이 모든 것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넉달 반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탄핵 서명'과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반대 집회 참여'는 '닥터 덴마'의 심정으로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것에 책임을 느꼈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은 한국인의 비장한 결심이다.
이명박 정권은 거기에 '인터넷 종량제'라는 기름을 끼얹었다. '이명박'이라는 인간형은, '비판'과 '반대'에 나선 저 젊은 목소리에 어떻게 대처할지,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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