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스크랩] 진중권 인터뷰모음 퍼왔소 유시민까고.한겨레까고 노무현까고...아주 다까는구랴 ㅋㅋㅋ

멋진 결혼을 하자 2008. 7. 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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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진보는 태도의 이름이다'

 

[필자주] 을지로 입구에 있는 민주노동당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의 팬클럽 ‘깨끗한 손’ 사무실에서 진중권씨를 만났다. 라디오 프로그램(MBC FM 모닝쇼)에서 매일 아침 뉴스브리핑을 하고 있고, 경향신문, 한겨레 두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강의 및 각종 강연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문옥 후보의 사이버 선거 운동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진중권씨는 최근의 정치 현안과 지방선거,강준만 교수와의 논쟁 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격정적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의 한국정치가 '상대를 짓밟는 정치’라고 말하면서 한국 정치가 수준이 낮은 이유는 정치인의 수준이 낮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런 정치인들을 뽑아주는 유권자들 역시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유권자들이 문제가 있는 후보를 뽑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의 정치가 자기의 정당성이 아니라 상대의 부당성에 입각한 정치, 자신을 긍정하는 즐거운 정치가 아니라 상대의 부당성에 입각한 정치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상대에 대한 증오의 강렬함이 자기 쪽 후보의 도덕적 하자를 덮어버리는 이런 선거는 그야말로 축제가 아니라 아군과 적군이 맞붙는 전쟁터이자 선악 이분법에 기초한 천사와 악마의 종말론적 싸움이라는 것이다.

진중권씨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할 지방선거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간주하는 언론과 지식인들의 과잉 정치 의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장은 노무현, 이회창을 위해 뽑는게 아니라 1000만 서울 시민을 위해 뽑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시민적 상식이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상대를 `빨갱이’로 매도하고 다른 쪽에서는 상대를 `수구 집단'으로 매도하는 상황에서 서로 상대방이 집권하면 종말이라도 올 듯 국민을 상대를 ‘양자 택일’을 강요하며, 국민들을 상대로 협박을 해대는 ‘사기극’을 이제는 멈춰야한다고 촉구하는 진중권씨는 “진보란 특정 정당의 집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진보란 바꿔야 할 것을 바로 지금부터 바꾸려고 하는 어떤 태도의 이름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진중권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지승호 : 이번에 나온 폭력과 상스러움(진중권의 엑스리브리스) 감명 깊게 읽고 있습니다.
=진중권 : 저도 인터뷰 잘 읽고 있습니다.

-지승호 : 어~ 제 인터뷰를 보셨습니까?
=진중권 : 가장 충실한 것 같더군요. 질문도 날카롭구요.

-지승호 : 요즘 바쁘실텐데 이문옥 후보의 선거 운동을 맡게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중권 :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주위에서 시켜서 하고 있습니다.(웃음) 기왕하는 것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지승호 :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인데요.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1%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구요.
=진중권 : 아직은 모릅니다. MBC 조사에서는 3.7%까지 나왔거든요. 그런데 한겨레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이것 꼭 써주세요. 그 어떤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적게 나온 적이 없습니다. 뉴스브리핑에서도 사회당, 녹색당까지 언급된데 비해 민주노동당은 언급되지 않았거든요. 내부에서 불만들이 많습니다. 그러려면 안 써주는 것이 낫습니다 그에 비해 경향신문은 이문옥 후보의 캐리커쳐까지 그려가면서 잘써줬습니다.

-지승호 :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 이문옥 후보가 김민석 후보의 표를 깎아먹을 것이라는 거죠. 그런데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민국당 지지자가 저희들을 지지하고 있어요. 40~50대 유권자들로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표를 깎아먹고 있다고 봅니다. 김민석이 오차 범위에서 앞서고 있다지만, 꼭 투표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지승호 : ‘최악’이 안되게 하기 위해 ‘차악’을 택해야한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그런 논리로 진보 진영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진중권 :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광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석과 노무현은 운명공동체라고 하는데, 대선과 지방선거는 관계가 없습니다. 김민웅씨 처럼 ‘김민석이 안되면 전쟁난다’는 식의 태도가 과연 진보적 태도입니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대선이 끝나고 지적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당파색 드러내지 않고, 양보했는데, 너무한 것 아닙니까? 서울 시장도 나오지 말고, 구청장 선거나 나오라는 겁니까?

-지승호 : 강준만씨는 ‘진중권이 이문옥 홍보를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했는데요.
=진중권 : 무슨 욕심입니까? 말이 안되는 소리죠. 출마하는 것은 이문옥씨의 권리입니다. 우리가 차지할 몫인데, 누가 욕심을 낸다는 겁니까? 욕심을 내는 것은 강준만씨입니다.

-지승호 :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 측의 노무현, 이회창 누가 집권해도 똑같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고 하셨는데, 생각이 변하신겁니까?
=진중권 : 안 변했습니다. 오히려 노무현 지지자들의 태도가 변한 것이죠. 당원으로서는 노무현 지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다르지만,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민주당 광신도들의 행태를 보고 질렸습니다.

-지승호 : 한동안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던 노풍이 사그라드는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중권 : 노무현 캠프에서 잘못된 전략을 세운 겁니다. YS를 방문해 시계 자랑하고 그런 것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거죠. 그런 행보를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합니다.

-지승호 : 대선 때도 민주노동당이 독자 출마를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진중권 : 당은 후보를 내야합니다. 당은 정치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정책 연합, 공천 연합을 할 수 있을만큼의 신뢰가 없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정당과는 연합할 수 없습니다.

-지승호 : DJ 정권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입니다. 한나라당은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진중권 : 민주당은 보수정당입니다. 구조조정하고 신자유주의를 하는 정당이 무슨 좌파입니까? IMF 이후 빈부 격차 늘어났죠. 도농간의 빈부 격차도 늘어났습니다.

-지승호 : 책에서 ‘강준만은 최후의 근대적 지식인’이라고 말하면서 들뢰즈보다 강준만을 연구해야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은 ‘현대적 지식인으로는 부족하거나,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진중권 : 긍정적인 역할들은 이제 다했다고 봅니다. 최근에 두드러진 것이 시민적 상식과 당파적 이익이 갈리는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그 분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과 시민적 상식과 어긋나고 있다고 봅니다.

김민석 후보조차 YMCA가 보낸 질의서에 ‘지방선거가 대선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네거티브 전략 등 부정적인 현상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에서 강준만씨는 상당히 벗어나 있습니다. 그것은 선거를 위한 민주당의 동원 이데올로기입니다.

-지승호 : ‘차악’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 최선이 있는데 왜 차악을 선택합니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뭐가 다르죠? 자기들은 개혁을 하는 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승호 : 그 주장의 핵심은 ‘진보정당에서 후보를 내는 것은 결국 수구 세력의 집권을 돕는 일이다’라는 것인데요.
=진중권 : 말도 안되는 얘기죠. 왜 한나라당이 수구 세력입니까? 한나라당에 수구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민주당에도 있습니다. 다만 한나라당에 좀 더 있을 뿐이죠. 그럼 민주당이 장기 집권하겠다는 이야기입니까? 실정을 했으면 정권을 상대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이며, 이데올로기화 되어 있습니다. 민주당에도 맘에 안들고, 수구적인 사람 많습니다. 3홍 사건, 편파 인사, 살생부 이런 것들은 수구적인 행태 아닙니까?

-지승호 : 예전에 사회당과 민노당 통합이 실패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를 비판적 지지해야한다고 하셨다가 지금은 입장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진중권 : 변한 것 없습니다. 다만 차이를 과장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하더라도 남북 대화 추진합니다. '대목장사'이기 때문이죠. 다만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어 배가 아픈 것 뿐이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다 하지 않았습니까?

-지승호 : 그래서 현정권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진중권 : 업적이지만, DJ 정권이 연장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거 정권의 업적이 쌓여있어 된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처지도 마침 우리의 이해와 맞아 떨어졌고. 민주당이 안되면 전쟁난다는 듯한 태도는 황당하죠.

-지승호 : ‘니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책으로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신 적이 있는데, 박근혜 미래 연합 대표가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 제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근혜씨가 배제되어야할 근거는 없죠. 다만 여자이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것은 반대합니다. 페미니즘 코드가 아니라 박정희의 얼굴을 하고 있고, 정치 권력이 가부장적 독재자 코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승호 : 최보은씨 같은 경우 ‘박근혜를 찍는 것이 진보다’라고 말하는데요.
=진중권 : 다급한 상황에 대한 정치적인 이해는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씨가 자기 정책으로 승부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지승호 : 김규항씨가 시네21에 쓴 ‘그 페미니즘’ ‘그 놈들과 그년들’ 읽어보셨습니까? “좌파 남성들은 일부 주류 페미니스트를 ‘부르주아’라고 밥 맛 없어하고, 페미니스트들은 일부 좌파 남성을 ‘가부장 좌파’라고 비판한다… 그 놈들과 그 년들을 솎아내지 않고서는 좌파든 페미니스트든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중권 : 김규항씨가 말을 좀 과격하게 하죠(웃음) 처음에 권리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상층부입니다. 주 5일 근무제의 첫 수혜자는 대규모 공장의 근로자가 되겠죠? 김규항씨가 '오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승호 : 김규항씨는 지난번 인터뷰에서 ‘진중권씨와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는데...
=진중권 : 그런 건 없었습니다. 자기 주장일 뿐이죠. 다른 것이 있었는데 '노 코멘트'하겠습니다.

-지승호 : 강준만씨와 논쟁을 벌인 후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진중권 : 강준만씨의 글쓰기 정체가 드러났다고 봅니다. 차악론을 통해 민주당을 지지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지금 민주당 지지와 시민사회의 상식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강준만씨는 급히 쓰는 건지, 논리적 오류와 비약이 심합니다. 그런 것은 걸러져야합니다. 그리고 평가가 성급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임지현씨를 ‘매명주의’로 매도한 것도 그렇고, 이번에 저에게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고 한 것도 그렇고. 강준만씨는 저한테 ‘내부서 민노당을 위해 비판하는 고언을 할 생각은 없느냐?’고 했는데, 그 분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 사고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못할 것이다’라고 단정을 지은 것 같은데, ‘저 정도밖에 안됐나?’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을 하라고 하니 황당하기도 했구요.

-지승호 : 강준만씨가 스스로 ‘인터넷 콤플렉스’라고 말하면서 ‘과도하게 신경질적이었을 수 있었지만, 그 후 여유를 가질 수 있어 활자 매체 글쓰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진중권 : 오프라인만으로 큰 힘을 결집시키는 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안티조선 운동만 해도 스스로 고립된 것을 좌파적 지식인들이 달라붙어서 돌파해낸 것입니다. 앞으로 온라인이 더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오프라인은 일방적입니다. 강준만씨의 말은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물과 사상에 싣는 것을 오마이뉴스에는 왜 못 싣습니까?

-지승호 : ‘진중권은 인물만 강조한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 그럼 뭘 더 강조합니까? 서울 시장을 하는데 적합한 인물을 뽑는거지. 서울시장은 당원 자격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씨 지지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였습니까? 당을 보면 더더욱 찍을 수 없습니다. 뉴스브리핑 하다보면 매일 나오는 비리 관련 기사로 지겹습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없으니 우리를 찍어달라는 것입니다. ‘진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승호 : 어느 인터뷰에서 “강준만씨의 약점 중 하나가 미학적 목적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너무 과격하다. 그러니까 단순 무식하게 보인다. 옳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경멸한다. 이제는 표현을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순진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교활할 필요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진중권 : 예전에도 논쟁한 적이 있지만, 안티조선 초기에는 대의를 위해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강준만씨를 옹호했습니다. 이번 경우로 강준만식 글쓰기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당의 대변인이 타당의 대변인에게 글을 쓰듯이 정략적으로 글을 썼더군요. 불필요한 맥락에 잘못된 인용에다가 하고 있는 일을 하라고 하니 허탈해지기도 하더군요. ‘대선과 지방선거가 관련 있어야 하는가’ 하는데 대한 가치 판단 같은 것에 대한 논거가 부족했습니다. 앞의 선거가 뒤의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견제 심리가 생길 수 있죠.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핵심적인 반박이 없습니다. ‘이렇게 논점을 못잡나?’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지승호 : 이문옥 후보의 사이버 선거 운동을 맡게되신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중권 : 아까도 말했듯이 당원으로서 시키니까 한 것이구요. 다른 후보가 나왔으면 안했을 겁니다. 이 후보는 시민단체 후보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습니다. 저는 글쓰는 사람인데 독자가 떨어질 각오를 하고 달라붙은 건 공익성을 띤 후보라는 생각을 해서입니다.

-지승호 : 그럼 왜 이문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 부패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천시장, 전남지사, 서울시 부시장 등등. 정권의 비리는 관급 공사 등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 한나라당 다 부패한 지금 부패 고발자로서 교과서에 실린 인물입니다. 그리고 감사관 출신이기 때문에 부정 부패의 고리가 어딘지 정도는 알 것입니다. 또 서울시 행정을 나름대로 가장 잘 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필 것 같습니다.

거대 양당 구도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며, 그래서 적임자락 생각합니다. 사익을 버리고 공익을 앞세운 것이나, 지역 장벽을 넘으려다 실패한 것 등은 노무현 후보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운동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분이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는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김민석은 그렇게 못합니다. 386 정서도 있구요. 연단에 서 있던 그들이 정치판에서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오마이뉴스에서 기획한 ‘바람이 분다’ 콘서트에 대한 찬사일변도도 좀 짜증이 나더군요. 그리고 ‘회창가’라고 있던데, 그게 무슨 민중가요입니까? ‘새천년민주가요’지. 3홍 비리에 대한 노래는 왜 쓰지 않죠?

-지승호 : 운동권이 민주당 편향적이라는 말인가요?
=진중권 : 운동권의 일부는 친민주당적입니다. 저는 우리 아들은 양당의 ‘양자 선택’이 아닌 세상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저들은 항상 몇 년을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지승호 : ‘운동권이 공부를 안한다. 전국연합, 한총련은 시대 착오적이다’는 비판을 많이 하시는데요. 그것이 궁지에 몰린 한총련을 더욱 구석으로 모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진중권 : 비판은 비판일 뿐입니다. 비판을 정치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자기 비판하고 거듭나면 되는 것이죠. 사실 한총련은 정권이 탄압해서 고립된 것이 아니라 그나마 피해자라는 정당성 때문에 존립하는 겁니다. 소수라고 비판할 수 없으면 어떤 것을 욕할 수 있을까요?

-지승호 : “여성주의자들의 일부가 스스로 ‘처녀성의 도덕’과 같은 노예의 도덕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처녀성의 유지가 아니라 강압을 행사했느냐가 아닐까?”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강압에 대한 해석이 여자와 남자 간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심한 경우 약간의 사회적 우위나 매력 같은 것까지 ‘강압’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진중권 : 무리한 해석 아닐까요? 그렇다면 결혼의 99%는 매춘이 되어 버립니다. 결혼할 때 학벌, 재산 안 따집니까? 남자든 여자든 서로 사회적으로 뛰어나길 바라는 거죠.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자유연애 주장하는 것이 성폭행’이라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섹스는 결혼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승호 : 그럼 간통죄나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얼마전 합헌 판정도 났는데요.
=진중권 : 국가에서 왜 사생활을 간섭하죠? 절반의 피해자는 여자 아닌가요? 정실부인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의 대립(웃음), 간통죄를 인정하는 법은 헤라여신(웃음), 봉건적인 축첩 제도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지금은 보편적이지 않잖아요?

-지승호 : ‘좌파’라고 주장하시는데, ‘자유주의자’와 비슷한 주장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진중권 : 정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상식으로서의 자유주의는 말그대로 상식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는 공동체를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거지만.

-지승호 : 진정한 자유주의자는 고종석 뿐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시민씨도 사람들에게 ‘영원한 자유주의자’라는 닉네임을 얻고 있는데요.
=진중권 : 그 분은 좌파 아닌가요?(웃음) 유시민씨도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방법적 자유주의자’ 정도.

-지승호 : 레드콤플렉스가 ‘빨갱이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를 탄압하던 우익 인사에 대한 공포이며, 그들을 향해 자신은 빨갱이가 아니라고 시끄럽게 고백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문열씨도 부모의 좌익 활동으로 인한 피해의식과 공포감으로 인해 그런 발언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진중권 : 피해자라고 볼 수는 있겠죠. 심하게 당한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와 동일시하는 심리 매카니즘이 있다고 합니다. 이문열씨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럴 개연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승호 :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사회의 최종 단위로 보는 것은 전세계 우익들의 공통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중권 : 다른 공동체 단위는 무너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통적 가치이기 때문이겠죠?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로서 집착하는 것입니다. 물적 토대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만 해도 가족이 유일한 사회 보장 아닙니까? 맏아들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거죠. 남아 선호가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물적 토대가 있는 것입니다. 맏아들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지승호 : 진보정당이 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진중권 : 지금의 양당 구도로는 안 됩니다. 우린 꿈이 다릅니다.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민주당 되서 전라도 서민들이 좋아진게 무엇입니까? 엘리트만 좋아집니다. 진보정당이 오히려 대다수의 이익에 맞는 것입니다. 정치가 특정 계층, 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해서는 안됩니다. 지역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도 진보정당이 약진해야 합니다.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노력해서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꿔야 합니다. 노무현씨가 후보가 된 후 한 것이 무엇입니까? 이런 식으로 지역감정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YS와의 연대를 통해 지역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걸까요?

-지승호 : “시중에서 떠도는 세론과 몸에 밴 습속이야말로 현실적인 힘을 가진 구체적 이데올로기다. 이것을 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대중의 신체에 직접 다가갈 힘을 가진 글쓰기, 즉 잡글이다”라고 하셨는데요. 다른 지식인들은 그것을 ‘상스럽다. 학문의 진지함을 훼손하고, 대중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진중권 : 상스럽다는 것은 표현보다도 내용이 문제일 것입니다. 번듯한 말로 상스러운 내용의 칼럼을 쓰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아름다운 말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 조중동이 아름다운 말로 노무현을 씹는 것이 정말 상스러운 것 아닌가요? 그런 것이야말로 상놈들이 할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꼼수죠.

-지승호 : 얼마 전 한 가수가 마약 퇴치 콘서트를 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전 그게 레드콤플렉스처럼 스스로 고백하게 만드는 방식이고, 나아가 준법서약서와 흡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난 그쪽과 관련이 없어’라고 절박하게 고백하게 만드는 방식이 야만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요.
=진중권 : 고해 성사 문화죠. 정치적으로 준법서약서, 반성문 같은 거구요. 공동체가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렇게 하지 않으면 컴백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단지 죄값을 치를만큼 치렀다면 그것에 관계 없이 컴백이 보장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지승호 : 오빠 부대를 거느리는 유일한 지식인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신세대가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 별 관심이 없습니다. 팬이 있건 없건 특별히 고맙다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구요. '월장'사태 등 몇번의 게시판 논쟁을 통해 보면 그들이 열광할 때는 ‘옳다고 생각’한다기 보다는 그들이 ‘듣기 좋아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하나의 이유는 미모 탓이 아닐까요?(웃음)

-지승호 : 소위 공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강자씨의 경우 “여성계를 설득시키기 너무 힘들다. 매매춘 소굴에서 경찰 입장에서 일을 해보면 그런 말 안할 것이다. 성을 파는게 나쁜지 누가 모르나? 너무 이분법적이다. 엘리트적이고, 귀족적이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하고, 유시민씨도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매춘여성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도록 경찰이 도와주는 것도 불법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강자씨도 ‘제한된 공간에서 매매춘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규제주의’라고 강조하면서 공창이란 단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진중권 :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둘 다 논리가 맞고,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도덕적 명분이냐? 현실이냐?’겠죠. 전 양쪽에 ‘대안을 갖고 있느냐?’ ‘규제주의로 착취를 없앨 수 있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가능한, 하나의 고려해볼만한 해결책이라고는 봅니다.

-지승호 : 노혜경 시인이 제일 매력있는 남자를 꼽아달라는 말에 ‘진중권씨를 꼽는다’면서 ‘소수자의 편에 서는 것이 체질화된 사람’이라고 했는데, 여성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십니까?
=진중권 :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적고, 사회적 참여가 적다는 것이 사회적 노동력이 낭비되고 있는 측면은 많다고 봅니다.

-지승호 : 황수정씨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이 가장 흥분한 부분이 ‘예진아씨가 최음제를 먹고 섹스를 했다’고 발언한 것 같은데요.
=진중권 : 타락한 사람들은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경우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요. 도덕성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는 그 사람들은 심심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웃음)

-지승호 : 민주당 광신도(?)들에게 섭섭한 감정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진중권 :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어야 힘을 생길 수 있습니다. 전 원래 10시간은 자야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요즘 매일 아침 라디오에서 뉴스브리핑을 하느라 4시간밖에 자지 못합니다.

그것을 맡은 이유도 신문에서 왜곡 보도할 때마다 바로잡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의 태도 때문에 힘이 나지 않습니다. 심정적으로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대중에 대한 진짜 영향력은 ‘그들이 잘못 나갔을 경우 어떻게 잘라내느냐’하는 것입니다. 선동은 쉽죠. 한쪽으로 몰아가면 되니까요. 사람들이 행동한 만큼만 비난받았으면 합니다. 이문열씨에 대한 그들의 분노도 의심이 갑니다. 민주당에게 불리한 발언에 대한 ‘정치적 분노’였던 것 같아요. 전 ‘시민사회적 상식에 어긋나는데 대한 분노’라고 봤거든요. 이문열씨의 망언은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지승호 : 마광수씨에 대한 발언도 그랬죠.
=진중권 : 사실 저도 그때 같이 흥분했습니다. 나중에 생각이 바뀐 부분을 고백하고, 사과했지만요. 어떤 사람의 말들 중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입각되는 부분만 반론해야지. 인물에 대한 파일을 가지고, 과도하게 공격을 해대는 것은 푸코의 원형감옥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지승호 :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은 있으십니까?
=진중권 : 이문옥 후보 사이트 "http://www.moonok.com" 는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계속 팬클럽 활동을 할 것입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하면 되구요.
우리모두, 노사모 사이트는 상층부에 장악당했습니다. 그 전에는 상식이 있었는데, 그런 공통 분모가 사라졌습니다. 그것에 대체할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보정당 일반과 시민사회까지 포괄하는 진보 포탈 사이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문옥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지하는 것이구요. 안티조선 초기의 멤버들도 많이 합류해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인데, 우리에겐 신뢰감이 있습니다.

-지승호 : 조갑제, 이인화, 이문열 같은 사람들에 대해 ‘지배욕, 권력욕으로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사람들이 주류 행세를 하고 있는데요.
=진중권 : 지금은 그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없죠. 상징 자본과 경제적 자본을 같이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상징 자본을 빼앗겼죠. 예전에 월간조선은 무서웠지만 지금은 우습죠. 거의 한국논단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매체력이 떨어져있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2~3년 후에 보면 대단히 웃기겠죠.

-지승호 : 심심해서 싸운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정말 즐거우신가요? 무섭다는 생각이 드신 적은 없으십니까?
=진중권 :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렇다면 월장이나 조선일보 독자마당 같은데서 그렇게 하지 못했겠죠. 영향은 받지 않지만, 그 사람들의 수준이 절 슬프게 할 뿐입니다.

-지승호 : 안티조선 운동 등에도 적극 참여하셔서 결과적으로 민주당 입장의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가장 실망하신 부분은 무엇입니까?
=진중권 : 전 그것이 시민사회의 상식을 세우는 작업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사람들을 너무 믿나 봅니다. 안티조선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했습니다. 강준만씨 같은 지식인들의 행태에도 실망했구요.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민사회의 상식만 세워도 민주당에게 도움이 될텐데 말입니다. 이인제가 됐으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어졌을 것입니다.

노무현, 이인제를 놓고 진지한 논쟁을 벌인 적 있습니까? 사실 이인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동교동과 논건 김민석도 그렇고, 386 술판에 간 것도 아니고. 5년 후에 대통령 선거 또 열립니다. 그 후로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노무현이 된다고 국가보안법 폐지되겠습니까? 노동자를 탄압하지 않을까요? 하니리포터에서 벌어지는 ‘영어공용화’ 논란도 짜증나더군요. 그거 김민석 때문 아닙니까? 복거일이 주장할 때는 반대하다가 말이죠.

전 한국인들이 균형 감각 없이 정치 과잉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이번 지방선거도 그렇습니다. 비리로 얼룩진데 대한 심판을 받고,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줘야 합니다. 지방선거 패하고 나면 노무현 끝났다고 말할 겁니까?

그런면에서라도 진보정당을 밀어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았다고 봅니다. 선거 끝나면 지방선거와 대선은 상관없다고 말을 바꾸겠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계기로 개혁을 해나가는 것이 올바른 대선 전략이 아니었을까요? 노무현은 원칙대로 갔으면 이 모양은 아니었을 겁니다. 지면 ‘바보 노무현 지역 감정에 무너지다’라고 하겠죠? 게임은 게임대로 지고, 스타일은 스타일대로 무너진 것입니다. 특히 지식인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니네 전력이나 키우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이 말이 됩니까? 소수라는 것만으로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합니까? 한나라당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성장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지승호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다 해주십시오.(웃음)
=진중권 : 사실 조독마(조선일보 독자 마당)에서도 제가 얼마나 분위기를 띄웠습니까?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켜달라는 거였습니다 ‘이문옥’이 ‘김민석’보다 낫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저들은 저렇게 주장하는 구나’는 정도로 봐달라는 겁니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 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선거 한번으로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 개혁 역시 아래에서 그만큼 쳐줬으니까 DJ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실력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집권당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민주당을 씹기 위해 한나라당 비판 2개를 찾아서 해야합니까?

-지승호 : 대선 땐 어떤 전략을 취하실 겁니까?
=진중권 : 지방선거 후 표를 분석한 후 태도를 결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민주당 지지자가 민노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씹지 않고 참아주는 것 정도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특정한 사안의 경우 시민적 상식에 입각한 부분은 도와줘야겠죠. 하지만 아무 근거도 없는 연대를 하자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제 안티조선은 강준만씨 가지고는 안된다고 봅니다. 당파적 이익은 자기들이 고집하면서 우리에게 욕심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진중권씨는 시종일관 원칙을 지키는 것과 시민사회의 상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국민경선을 통해 불었던 노무현 바람은 원칙과 상식을 지켜온 정치인에 대한 신뢰감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민주당의 비리와 갈팡질팡하는 모습 속에서 빠른 속도로 잦아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을 통해 지방선거 압승, 원내 과반수 획득, 국회의장까지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국정전반에 대한 부담을 지기 때문에 대선 때 역풍이 불까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점을 봐도 지방선거와 대선은 관련이 없다는 진중권씨의 예측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켜서 승부하는 즐거운 정치를 우린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니리포터 지승호 /triana@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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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한겨레>는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어”

기획 인터뷰 - 진중권을 만나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상경(gpspiel) 기자      

저마다의 독특한 글발로 사회의 부조리에 메스를 들이대는 인터넷 논객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소위 잘나가는 인터넷 논객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들 인터넷 논객 중에서도 가장 전투적인 글쓰기를 하는 이는 단연 진중권이다.

비판적 지성으로서의 치열한 이성과 풍자의 미학을 동시에 지향하는 논객 진중권. 지난 6일 청명한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연세대 윤동주 시비 아래 벤치에서 그를 만났다.

“고교등급제 할 거면 차라리 연대에 레스토랑을 차려라”
“유시민은 경제학 석사 수준에 불과”


-이렇게 인터뷰하게 돼서 반갑습니다. 백양로를 지나오셨을 텐데, 혹시 진중권씨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학생들은 없던가요?
"없던데요.(웃음) 전에 한 번 있었어요. 연대에 강연하러 오는 길이었는데, 정문에서 유인물 나눠주는 학생이 절 알아보고는 '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더라구요. 쪽팔리게…."(웃음)

-백양로를 지나오실 때,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 캠페인 하는 학생들도 보셨을 텐데요. 진중권씨도 글에 쓰셨듯이, 시민들은 국보법 폐지에 따르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죠. 개정론자들의 근거도 바로 이건데요. 그래도 그냥 폐지로 가야된다고 보십니까?
"내가 만날 얘기하는 게 국보법 폐지되면 난리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나랑 집 한 채 걸고 내기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한 6개월 지나봐서 정말로 막 통일전선이 결성돼서 말이죠. 여기저기서 무력봉기가 일어난다든지 하면 국보법을 다시 도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집을 나한테 달라, 내기 하자는 거예요, 자신 있으면."(웃음)(중략- 인터뷰 전문 참조)

-국보법 못지않게 교정을 달구고 있는 이슈가 바로 고교등급제입니다. 진중권씨가 여기에 대해 쓴 글은 못 본 것 같은데. 고교등급제 실시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고교등급제는 말이 안 되죠.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예컨대 강남과 강북지역에 학력차이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있는지, 그런 것도 사실 검증된 자료가 없는 것 같고.

또 하나는 설사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뭐냐면 이런 거거든요. 강남학생하고 강북학생이 유전인자가 다른 건 아니잖아요. 학력 차이가 있다는 것 하고는 다른 문제거든요. 애들이 뭐, 강남 애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강북 애들은 덜 공부한다거나, 강남 애들은 머리가 좋고 강북 애들은 좀 떨어지거나,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 실력의 문제란 말이죠.

그건 너무나 분명한 거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근데 그것을 반영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론 뭐냐면 그러니까 그게 만들어진 거 아니에요. 돈 들여서 만들어진 그게 진짜 수학능력이냐…. 일시적으로 올려놓은 성적이라는 게 학생들의 객관적인 수학능력을 반영하느냐라고 할 땐 안 그렇다고 보거든요."(중략)


-연세대 백윤수 입학처장은 평가기준 공개요구에 “음식점에서 요리비법 공개하는 거 봤냐”고 답했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러면 연대에서 음식점을 차리라고. 레스토랑을 하란 말이에요. 그거 아무도 안 궁금해 한단 말이죠, 비법을."

-이제 질문을 학교 밖으로 돌려볼까요? 내수침체로 인해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중권씨는 ‘현정권의 보수화에 실망해’ 지지층이 떨어져 나갔다고 분석하셨는데요. 노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 과연 보수적 성향 때문일까요?
“그렇죠. 왜냐면 어차피 한나라당 찍던 사람들은 노무현 찍을 일이 없단 얘기죠. 반면에 노무현씨가 보여줬던 모든 행보들은 한나라당이랑 크게 안 다르거든요. 차별성이 없으니까. 특히 파병 같은 게 결정적이잖아요. 이러면서 확 떨어져 나간단 얘기죠. 저 쪽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대로 있구요. 반면 여기선 지지자들이 계속 뚝뚝 떨어져 나가고.(중략)

거기다 또 플러스가 되는 게 경제상황. 내수가 안 좋은 건 구조적인 문제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게 경기순환적인 문제라고 착각을 하고 있거든요. 사실 한나라당의 정책이나 노무현의 정책이나 경제상황을 해결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들어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가 안 돌아가면 원인을 찾는 거보다도 범인을 찾죠. 책임을 떠맡길 사람. 그래서 노무현 정권에 뒤집어씌우는 부분이 있거든요.

나는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후자는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전자는 진보 개혁하라고 다수당 만들어줬으면, 하란 말이죠. 했으면 이 정도까지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다는 거죠."

-경제침체로 인해 노 정권의 경제정책이 다시금 신자유주의로 급선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혁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아래 우리당)386 의원들이 경제정책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더군요. 일설에 의하면 경제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라고도 하고….
"실제로 아는 게 없어요. 386이란 사람들 주로 NL(National Liverty: 민족해방노선)이잖아요. NL 그 사람들은 맑시스트가 아니거든요. 노동 쪽보다 무슨 청년이니 해 갖고 통일하자고 갔던 사람들이니까, 경제적인 지식이 없어요. 노동자 계급성이 없어요. 민족 코드지 계급 코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무관심 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NL운동을 나는 부르주아·우익운동이라 봐요. 이게 그대로 반영된 것뿐이지 애초에 386들에게 기대를 거는 건 무리였어요.(웃음) 그걸 기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 같은 진보정당인데, 보다시피 힘이 약하잖아요."

-그럼 참여정부에게서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경제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가요?
"전혀 없다고 봐요. 왜냐면 엘리트층이 그게 그거거든요.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과 반대로, 대통령은 뽑을 수 있지만 권력은 선출되지가 않아요. 기득권층은 원래 있거든요. 메커니즘이 있어요. 그래서 바뀐다는 건 메커니즘을 읽고 있던 몇몇 인적 요소들이 자리바꿈 할 뿐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한나라당이나 우리당이나 경제정책은 차이가 없단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재벌과 타협을 하지 않으면 이들의 존재기반 자체가 설 수가 없는 거고. 거기에 깔려있는 정치가들 관료들 그 다음에 정/재계 엘리트들 이게 다 결국 한 통속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디서 달라질 게 없어요. 다만 몇 가지 현상적인 것에 대한 진단이 좀 다르고, 대처가 쪼끔 다를 뿐인데, 이렇게 당을 갈라서 할 정도로 본질적인 차이라고 안보거든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유시민 의원의 논리대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유시민씨가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유시민씨가 말이 경제학 전공이지, 실제로는 석사 수준인데.(웃음) 석사 갖고 뭘 하겠어요. 그건 좀 다른 차원에서 결정이 되는 거예요. 정·재계에 엘리트들이 잔뜩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에 의해 결정이 되는 거지. 유시민 의원이 하긴 뭘 해요. 환상이죠."(중략)

-유시민 의원의 경제논리는 그가 직접 제기한 ‘소셜리버럴(Social Liveral)’이란 말로 상징되는 것 같습니다. 진중권씨는 여기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었죠.
"말도 안돼요, 그건 개념적으로 형용모순이니까…(웃음) 소셜이란 건 뭐냐면 시장경제가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잖아요. 그 다음에 거기서 두 가지 개입을 하는 거거든요. 경제조정적 개입과 사회복지적 개입을 하는 거란 말이죠.

그건 소위 리버럴리즘의 일정한 제한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리버럴리즘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계획경제적 요소가 가미되는데 거기다 소셜하고 리버럴까지 같이 하겠다 그러면. 시장에 뭡니까, 그게. 무슨 얘기에요, 도대체…(웃음) 유시민씨가 얼마나 이데올로기적인가를 보여주는 거예요."(중략)


“「한겨레」는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어”
“내 글에 반감 가졌다면 곧, 내 글에 먹혀 들어간 것”

-민노당쪽으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민노당이 의회진출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해봐야 준(儁)캐스팅보트의 역할인데. 역시 10명으로 뭘 기대하긴 무리일까요?
"(전략)그렇죠. 할 수 없다는 거예요. 10명 가지고 뭘 기대해요? 그나마 딴 의원들에 비하면 여기저기 얘기되는 것들이 꽤 되잖아요. 예컨대 한나라당, 또는 우리당 의원 10명 보단 낫죠,

차라리. 다만 이제 그 기대했던 부분은…(웃음) 언론이 좀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다음에 그런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되죠. 왜냐면 이제는 보도가 되지 않으면 사건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젠다 세팅을 하는 노하우, 그 다음에 인적 조직들이 있어야 된단 말이죠. 이게 우리가 조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예컨대 나만 해도, 난 얼마든지 해 줄 의향이 있거든요.(웃음)

이렇게 되면 오히려 뭘 때리고 치고 이런 것들이 된단 말이에요. 왜냐면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사회적으로 의제화 할 가치가 있다고 하면 난 얼마든지 거기 들어가서 해 준단 말이죠. 내가 쓸 수 있는 매체 같은 것들을 통해. 그러니까 자기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매체 속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조직해 갖고 뭔가를 한다든지 하는 이런 마인드가 많이 떨어지는 거죠. 그거에 비하면 쟤네들 얼마나 조직적으로 잘합니까. 한나라당이나, 우리당 애들. 얘네 들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으니까."

-그럼 상황은 매우 비관적인 것 같군요. 그나마 진보적인 「한겨레」도 노 정권과 우리당 쪽으로 주된 의제를 맞춰가는 마당에, ‘조중동’에게서 뭘 기대할 순 없잖습니까?
「한겨레」엔 난 별로 기대를 안 해요. 그들이 그런 식으로 해서 자기들 망하는 길이라 생각을 해요. 왜냐면 진보적인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한겨레」가 뭐냐는 거죠.

「한겨레」라는 게 우리당을 위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민주당을 위해 만든 것도 아니고 국민대주주 신문인데, 실제로 그 기자들의 성향이라는 게 또는 데스크의 편집원리라는 게 그 쪽 편향으로 가버렸거든요. 그러니까 「한겨레」의 공신력이라든지 아니면 매체로서의 공정성이라든지 이런 걸 크게 잃는 거죠. 「한겨레」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바로 그걸 먹고 살아야 되거든요. 근데 그 부분들을 자기 스스로 해친다는 거죠. 우리당과 한나라당 싸움에 스스로 동원됨으로써…, 이게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봐요."(중략)

-지금 진보정당이 민노당 외에 사회당 하나가 더 있죠. 하지만 박노자씨나 홍세화씨는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은 하나로 족하다는 견해를 밝혔는데요. 진중권씨는 어떻게 봅니까?
"여러 개 있으면 좋은데 별 가능성이 없잖아요. 또 하나는 뭐냐면 이 사람들의 마인드 자체가 좀 문제가 있거든요. 사회당도 당세가 지금 줄어들고 있잖아요. 이게 내가 볼 때,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떤 교조적인 태도들 이런 데서 크게 연유한다고 봐요.

다른 마인드를 좀 가져야 되는데, 딱 보면 좌파이긴 한데 낡았단 느낌이에요. 굉장히 스탈린주의적이고, 레토릭을 쓸 때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고, 무엇보다 정책능력이 없잖아요, 일단. 주장 자체가 이념적이라는 거예요, 다. 그러니까 이거는 당이 아니라 정치써클이잖아요. 특히 젊은 애들이, 대학생들 또 청년들 막 끓어오를 때.(중략)……굉장히 중세적이란 느낌이 들어요."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는 민노당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건가요?
"지금 그럴 수밖에 없죠. 아니면 다른 당이 중심이 되던, 그건 상관이 없는데. 지금으로서는 가장 진보한 정당의 문제잖아요. 민노당이 단지 덩치가 크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합법정당으로서의 의회주의 정당으로서의 마인드라든지, 그간 쌓아왔던 정책적인 노하우라든지, 현장사회에서의 대중적 기반이라든지, 이 모든 것을 볼 때 가장 앞서있다는 거거든요. 가장 선진적이라는 거죠."

-지난 2003년 6월 15일 보선을 기점으로 민노당을 탈당하신 뒤 아직까지 당적이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 당내의 NL세력을 거세게 비판하셨는데요. 탈당계기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귀찮아서 그래요. 문제는 뭐냐면 NL 그 사람들, 나는 아직까지도 그 사람들하고 같이 당 할 수 없다고 믿거든요. 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NL이었는데 이 사람들이 당에 들어올 수가 있잖아요. 그 사람이 변하면 물론 OK란 말이죠.

그런데 얘들은 어쨌냐면 조직으로 들어왔단 말이에요. 조직으로 들어오면 생각이 안변한단 얘기에요, 이게. 당보다 조직을 더 많이 생각하거든요. 당이라는 걸 자기들의 조직적인 이해관계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화 하는 게 너무나 분명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계속 종파사건 일으켰잖아요. 최근에는 세상에 뭐 팩스를 못 받게 해가지고. 아시죠? 또 하나는 얘네들이 전체 수가 30%인데, 담합을 하게 되면 10명을 뽑는데 10명이 다 된단 말이에요.

이게 민주주의냔 거죠. 쟤네들은 이걸 실제로 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얘들이 있는 이상, 민노당이 앞으로 확보해야 할 사람들, 수많은 네티즌들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당에서 얘네들 하는 꼴을 보면 들어오고 싶겠냐는 거죠. 왜? 기껏 했는데 갑자기 주사파 놈이 하나 올라간다든지.(중략)……하여튼 귀찮아서 그냥 나와 버렸어요."

-이제 진중권씨의 글쓰기에 대해 얘기해보죠. 진중권씨만큼 안티팬을 많이 보유한 논객도 없을 텐데요. 안티팬들의 반응이 주로 ‘예의 없다’, 건방지다‘, ’저급하다‘는 표현으로 나타나는 걸로 봐서는 내용보다는 스타일의 문젠 것 같은데요.
"스타일이야 취향의 문제니까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거죠. 내가 그 사람들에게 예컨대 ‘나는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는데 너는 왜 설탕 타서 마시느냐’고 따질 순 없는 거잖아요. 그건 그들의 권리에요. 그들의 자유고, 내가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다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 사람들의 스타일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낡았다는 생각들. 뭐랄까. 있잖아요. 글에 대해 기본적으로 상상하는 상투적인 틀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많이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죠. 나 같은 경우는 주로 글에서 자꾸 촉각적 효과를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머리로 깨닫는 것보다 몸으로 한 번 웃게 만든다든지. 몸을 확 찌르는 듯한 이런 걸 주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들이 기분 나빠하는 건 어떤 부분에서는 내 글에 먹혀들어간 거죠.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 아무 말 안한 다 그러면 내용에 대해선 할 말 없다는 거 아니에요?"(웃음)

-진중권씨는 발터 벤야민에게서 글쓰기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죠. 분명 진중권씨의 글은 복수의 파편들과도 같이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사회현상들을 다루고 있구요. 그렇지만 그 파편들이 수렴하는 소실점이 명확하지는 않아 보이는 데요. 한 가지 주제를 유기적이고 총체적으로 구성한 책을 쓸 계획은 없습니까?
"미학적 글쓰기는 또 하잖아요. 예컨대 『현대미학강의』라든지. 앞으로도 계속 쓸 생각이거든요. 철학책도 써야 되고 등등.

사회에 대해서는 『폭력과 상스러움』같은 경우엔 비교적 짜임새 있게 구성돼있죠. 몽타주 수법으로 했거든요. 이제 와가지고는 그런 글쓰기가 지나갔어요. 유행이 지난 게 아니라, 패러다임이 다됐거든요. 예컨대 마르크스처럼 자본주의는 이런 거야 하면서 쫙 보여주고, 이것만이 올바른 거라고 말하는. 하나의 유기적 총체성으로 사회를 보여주는 고전주의적인 글쓰기 있잖아요?

그거 시대가 지나갔어요. 지금은 총체적인 게 아니라 세부들 있잖아요. 세부들을 갖고 몽타주를 하는 시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내가 고전적으로 책을 쓴다고 하면 오히려 글쓰기에 있어서 보수적인 게 아닌가.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해요."

―「Interview」1호에서 홍세화씨는 ‘한국에서라면 사민주의자로 남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두고 기회주의 내지는 수정주의로 비판하는 이들도 많죠. 진중권씨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략)……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보라구…(웃음) 사민주의도 불가능해요, 지금. 사민주의가 뭘 말 하냐면 여러분이 1백만원을 벌었잖아요? 그럼 세금으로 50만원을 낸단 얘기라고요. 근데 그걸로 집 사야 되죠. 애들 교육시켜야 되죠. 의료비 내야 되죠.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거든요. 유럽 국가들은 이걸 다 무상으로 하고 있잖아요. 우리한테 이건 꿈이라구요. 근데 이거조차도 부르주아 음모라고 하는데.(중략)….

나는 그 사람들은 자본주의 철폐를 위해 태어난 신학자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자본주의란 건 일종의 악마야 악마. 자본주의가 뭐건 간에 사람들 먹고살면 되는 거거든요. 그럼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냐는 거야. 자본주의 없는 사회는 얼마나 행복하냔 거예요. 결국 자본주의인데. 난 솔직히 미제 점령 하에서 자본주의적으로 착취당하면서 사는 게 백번 낫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라는 거야.

인구로 하면. 1백명 중에 99명이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뭐냐는 거야.(웃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꿈이지 않느냐 니들은. 니들 직접 한 번 살아봐라, 자본주의 없는 데서. 게다가 사회주의가 뭐냐 했더니, 대답 못해. 아무도 못해. 사회당 애들 특히 그러잖아요. 너는 왜 사회주의자라고 얘길 하느냐. 사회주의자가 뭔지 알아야지, 사회주의자라고 얘길 하는데, 걔네는 사회주의자가 뭔지도 몰라요. 너는 그러니까 X주의자란 말이지, X는 변수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또 하나는 뭐냐면 얘네들이 아직 유럽을 못 갔다 와서 그래요. 사민주의가 뭘 의미하는지 몰라요. 가서 한 번 보라는 거죠. 머릿속에서 딱 보니까 부르주아 반동. 뭐 이렇게. 자본주의를 좀 더 견디기 쉽게 해서 자본주의를 유지,… 할 말이 없죠."(웃음)


-그렇다면 진중권씨가 지금 이루고자 하는 진보는 무엇입니까?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에요. 지금 보세요. 막 자살하고 있잖아요. 노동자들 분신하고 농민들 음독하고 서민들 투신하고 있단 말예요. 이건 뭐냐면 정책적으로 다뤄줘야 할 문제들이 당 정책으로 해결 안 되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게 되는 건데. 이렇게 여러 사람이 죽잖아요.

자살률이 최고로 올라가고 있잖아요. 이건 정책의 실패거든요. 이런 문제란 말이야. 사람들 살림살이의 문제에요. 이게 난 사회주의라고 생각해요. 머릿속에 있는 이걸 불려가지고 무슨 자기들이 원하는 뭐 이상한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하고 계신 일들과 주된 관심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건 많죠. 비트겐슈타인의 책 한권 번역하고 있구요. 『청·갈색본』이라고. ‘성의 미학’ 연재했던 게 묶여져서 원고가 넘어갔고,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놀이와 예술’도 책으로 만드는 작업들이 남아있어요.

또… 감각론으로서의 미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있네요. 그 다음에 2년 정도 잡아서 지금 계속 세미나하고 강의하는 건 ‘미디어 미학’이거든요. ‘미디어 미학’을 주 포인트로 잡아 2년 동안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연세대 자치언론사 Nogarist의 홈페이지(www.nogarist.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연세대 자치언론 「Interview」(2004년 10월 13일 발행)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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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 사회주의자 다

 진중권씨와 인사동에서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물었다. 별로 말을 아끼는 성격은 아닌 듯 싶었다. 기냥 머리 치고 꼬리 자르고, 칼 들고 곧장 들이치며 질문을 시작했다. 진중권을 만나기로 했다니, 주위 사람들이 그 사람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첫 질문은 '정체를 밝혀라!'로 해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작정을 했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삼불이(이하, 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무슨 주의자냐?

진중권(이하, 진): 하, 사회주의자다.

진중권씨의 대답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곧장 '사회주의자'라는 명찰을 꺼내 붙였다. 물론 우리가 붙인 건 아니고, 본인이 직접 만든 명찰이었다. 어떤 알리바이도 대지 않고, 어떤 비유도 쓰지 않은 채 나온 답변이라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삼: 사회주의자라,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지 않나?

진: 사회주의자다, 아니다 라는 식의 명찰보다는, 구체적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회주의는 이념적 목표다.

삼: 언제부터 스스로 사회주의자라 생각했나?

진: 대학 2학년, 맑스의 『정치경제학비판』과 『공산당선언』을 읽고 나서다.

삼: 선배들의 학습을 통해서?

진: 아니, 난 개인적으로 학습했다.

혼자 책을 읽다가 사회주의자로 개종했다니, 지식인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엔 번역본도 없었고, 선배 없이 야간에 자율학습을 했다고 하니, 그럼 외국어를 직접 읽었다는 말인데, 외국어를 잘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도 있고 해서 물었다.

삼: 당신 선후배가 당신을 언어의 귀재라고 하던데? 영어, 독어, 불어, 러시아 등등.

진: 옛날 일이지. 남들보다 말을 조금 빨리 익히는 편인 듯하다. 러시아어는 2달 공부하고 바로 번역을 시작했으니. 그냥 독해만 하고, 말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삼: 대학 시절엔, 조용한 사람이었다던데?

진: 말을 많이 했는데,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뿐. 그 시절에야 운동권이 목소리가 제일 높았으니까.

솔직한 인상을 말하자면, 진중권 씨는 분명 말수가 적은 사람은 아니다. 그 반대에 가까웠다.

삼: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90년대 중반인가 유학갔다던데?

진: 석사과정 마치고 여러 단체에 있다가, 독일로 갔다. 유학 자금이 필요해서 『미학 오디세이』로 돈을 좀 벌고 갔다.

삼: 책 팔아 생활할 정도의 돈이 마련되었나?

진: IMF 터지기 전까지는 충분히 가능했다.

삼: 왜 독일로 갔나?

진: 베를린 자유대학이었는데, 사실 난 공부에 별 관심도 없었고, 학위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갔다. 다만, 동독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는 했다.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방황하다가 구체적 계획 없이 그냥 간 거다. 가서 처음 3년간은 무작정 놀았다.

삼: 독일에서는 어떻게 노나?

진: 놀기 좋다. 외국 사람들이 많으니, 서로 파티하고, 어울리고 하면서.

삼: 부인도 외국 분인 걸로 알고 있다. 독일에서 만났나? 멋진 로맨스는 없었나?

진: 독일에서 만났는데, 우리 로맨스 같은 거 없었다. 그저 좋은 친구였다.

 

2. 우익 똘반 아이들? 진짜 불쌍하지....

 삼불이: 당신을 유명하게 한 '우익 똘반 아이들'에 대한 공격은 독일에서 시작했나?

진중권: 아마 97년 무렵이다. 나한테 원고 청탁이 왔는데, '악마주의'에 대해서 쓰라고 했다. 19세기 예술가나 작가들의 악마주의적 상상력 같은 거였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글이 '낭만주의적 영웅' 어쩌고 하면서, 박정희를 미화하는 특집에 실리는 거였다. 허나 어쩌나, 어쨌든 원고는 보냈으니. 그래서, 내 의견을 한 4-5페이지 정도 첨부할 수 있게 해달고 했다. 그쪽에서 오케이 했고. 그래서 보냈는데, 편집회의에서 짤라 버렸지. 그 자리에 이인화도 있었다고 했는데 그냥 가만히 있었데. 완전히 열 받아서, 편집위원 명단을 알려 달라고 난리를 쳤더니, 다른 잡지를 소개해 주겠데.
그곳이 <문학동네>였거든. 그래서 접촉이 되었는데, 그쪽에서 요즘 조갑제가 박정희 찬양하는 글을 쓰고 있으니, 그걸 비판하는 글을 청탁하더라고. 그래서 썼는데, 지들이 먼저 부탁해 놓고는 나중에 못 싣겠다는 거야. 아마 <문학동네>하고 <조선일보> 사이의 협력 관계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서였겠지. 여기서 완전히 돌아버려서, 이곳저곳 더 알아봤지. 그 글이 돌고 돌다 <인물과 사상>에 들어갔고, 거기서 연락하기를, 자신은 언론의 자유를 화끈하게 보장하니 막 쓰라는 거야. 자료도 보내주면서. 그래서 연재하게 됐지. 나중에 정보를 입수했는데, 10.26 10주기를 기념해서 박정희 전기가 나온다길래, 거기에 맞불을 놓자 해서, 한 2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그 짓만 했지.

삼: 힘들진 않았나?

진: 재밌었다. 나 혼자 재밌어서 낄낄거리고 그랬다. 마누라는 우리말을 모르니 '당신 돌았어?' 하고, 그 사람이 그러는데 내가 잠자리에서도 낄낄거렸대.

삼: 그럼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가 뜰 줄 알았다?

진: 그것보다도 걔들 글이 재밌잖아. 웃기고. 완전 코메디 수준이지.

삼: 당신은 스스로 사회주의자라 하지만, 우익 똘반 아이들 공격하는 글이 '사회주의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야만, 미개, 비논리, 비합리 등등 당신이 쓰는 용어나 논리는 오히려 자유주의에 가깝지 않나?

진: 걔들과의 싸움은 이건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지, 무슨 세계관 대결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가 얼마나 좋은 건데' 라는 식의 반론은, 닭짓이다. 걔들하고 세계관 대결을 벌인다 하면, 그건 결판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결판이 날 수 있는 논리의 영역으로 걔들을 끌어들인 거다.

삼: 그 말은 자유, 관용, 공존 등 자유주의적 원칙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믿는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나?

진: 당연하다. 일단 동서독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회는 매력이 없다. 재미도 없다.

삼: 정리하면, 당신은 결국 한국 사회는 수준 이하고, 그런 상황을 못 참겠다는 생각인가?

진: 그렇다. 일단 우익 똘반과 같은, 그 친구들 없애버려야 한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 하니까. 일단 걔들은 고립시켜야 한다. 그리고나서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다양해져야 한다. 한국의 좌파들은 자꾸 세계관의 차원에서 고상한 말만 한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어놓지는 못하면서 말이다.

삼: 당신이 비판하는 방식은, 논리 이전에 있는 어떤 것을 들추어내거나, 부분과 부분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그 논리의 모순을 폭로하는 방식이다. 그럼, 당신은 실제 누구나 공유할 수 있고 누구나 참이라고 믿는 논리의 세계가 있다고 믿는 쪽인가?

진: 내 비판 방식은 일종의 게임이다. 사실 장난이다. 논리는 그 게임의 규칙 같은 거다. 솔직히 난 그들을 놀려먹는 거다. 도덕적 단죄 같은 건 안 한다. 도덕적 단죄를 하면 부담이 생긴다. 내가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어야 된다는 사실이 부담이다. 누가 더 선하고 깨끗한가, 이런 싸움으로 가고 싶지 않고 가봐야 도움도 안 된다.
그냥 만지고 주물럭거리면서, 내 전공이 미학이니까, '미학적으로 풍자'하고, 그런 게 내 적성에 맞다.

삼: 당신한테 걸린 사람들, 예컨대 조선일보의 조갑제, 소설가 이인화, 이문열 등등이 그런 사람인데, 솔직히 그런 사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진: 진짜 불쌍하지. 인생을 왜 그렇게 사느냐 말야. 그 사람들, 지배욕, 권력욕으로 사는 사람들이거든. 그렇게 살아야 사는 거라고 믿으니, 진짜 불쌍하지. 지배하고 권력을 지녀야만 잘 사는 건가 말야. 그렇지만, 그들이 지금 이 시기에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건 최고의 혜택이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비상식과 몰염치가 통하는 시대, 통하는 사회니까 말이다. 그러나, 또 최대의 불행이기도 하지. 나 같은 놈과 같은 시대, 같은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삼: 당신이 행한 비판에 대해서, 당신이 인정할 만한 반론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나?

진: 없다. 당연히, 있으면 안 된다. 처음에 준비할 때 철저히 준비해서, 그 주장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인정할 만한 반론이 나오면 그건 내가 잘못 한 거지. 완벽한 승리를 자신할 수 있을 때 나서야 한다. 시각에 따라 다른 반론이 가능한 것, 그런 건 건들지도 않는다.

솔직히 난 진중권 씨가 사회주의자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나의 편견 탓인지 실제 진중권 씨의 삶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진중권씨가 자유주의적 원칙을 옹호하는 대목에선 정말 그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중권식 자유주의(?)는 실상 녹록한 게 아닌 듯했다. 외국에서 일본인 여자와 만나 결혼해서 살고 아이를 놓고, 권력화된 제도 바깥에서 저항하고 비판하며... 이런 삶 자체를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입으론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집중화된 권력에 기생하고, 대학교수로 보장된 보수적 이익에 집착하는 '먹물'이 얼마나 많은가!

 

3. < 인물과 사상 >, < 아웃사이더 > 의 사람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문제를 던져야 할 때이다. <인물과 사상>의 강준만, <아웃사이더>의 김규항·김정란 등과 함께 일하곤 하는데, 도대체 그들과 본인이 서로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삼불이: 당신을 강준만 부류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은 공공연히 자신이 자유주의자라고 하는데,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솔직한 견해는?

진중권: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이라 판단한다. 다만, 지나치게 친민주당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 또 하나, 인물론을 전개하는 데 너무 평가적이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데, 그 여지를 너무 줄인다는 인상이다.

삼: 김규항, 김정란, 홍세화 씨와 <아웃사이더>를 냈는데, 당신은 늘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나? 조직 활동과 관련된 체질은 어떤가?

진: 조직 활동과 아웃사이더로서의 활동, 둘 다 잘 할 수 있다. 조직적 훈련을 받아본 적이 있으니까.

삼: 다소 미묘한 질문이 되겠는데, <아웃사이더> 동인에 김정란 씨가 껴 있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최소한의 합의점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김정란 씨의 글은 투정,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 속에 들어가고 싶은데, 배제되었다"는 식으로 읽힌다. 그래서 오히려 <아웃사이더>에나 안티 조선일보 쪽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 그전에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김정란 씨가 쓴 글에 대해서 나도 불만이 많았다. 개인적인 문제와 대의가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되어 있었고. 또 정치적 담론과 문학적 담론이 구분되어 있지도 않았다. 내 주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9/10였다. 그 다음에 사람들한테 김정란 씨에 관한 온갖 부정적인 사적인 이야기까지 다 들었다.

삼: 그런데도 함께 하게 된 이유는? 그 사람도 <조선일보>를 까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진: <조선일보>를 까는가 아닌가 문제 수준이 아니다. 우리 문학판 전체의 문제다. 문학판에서는 아무도 김정란 씨 같은 글을 써 주지 않는다. 김정란을 욕하는 문학평론 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네가 그런 글을 써보겠냐"고. 그 친구는 못하겠다고 했다, "먹고 살아야 되기 땜에". 그런 건 잘못된 거 아니냐? <문학동네>하고도 싸움이 붙었는데 황당했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뜻을 합했으면 그 사람을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거 아닌가.

삼: 음... 막상 문학판에서는 뒤에서 군지렁대는 말은 많지만 공식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진: 그놈의 문학판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거기 정말 끔찍해, 끔찍해. 어떻게 그런 인간들이 시를 쓰고......

삼: 좀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나?

진: 아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말 끔찍하다는 표정과 제스처를 썼다) 만나서 술자리에서 한다는 얘기라든지 누구 씹는 이야기라든지 보면 문학적이기는커녕 기본적으로 몰상식 그 자체다. 또 그 무딤, '감성없음성', 또 발언의 '싸가지없음성', 마초 근성까지.

이 대목에서 진중권씨는 정말 넌더리가 난다는 표정을 계속 지었다. 말 하는 것조차 귀찮고 역겹다는 인상을 풍기면서.

삼: 정말 끔찍했던 모양이군.

진: 예술가들은 감성으로 정치적인 문제까지 알아차려야 되지 않나. 근데 기본적인 감성이라는 건 없는 동네더라고. 몇 가지 말장난으로 먹는 동네고.... 또 그 권력! 아유, 정말 끔찍하다. 그래서 따져보면 김정란 욕하는 사람들이나 김정란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한테 김정란에 관한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내 판단은 최종적으로 OK였다.

 

4. 미학연구자 진중권 - 읽고 쓰며 자유롭게 산다

삼: 비트겐슈타인 공부를 한다며?

진: 근대 철학을 완전히 박살낸 사람이 비트겐슈타인이다. 데리다도 사실 비트겐슈타인 읽었거든. 데리다 <목소리와 현상>에 나오는 논증, 그거 다 비트겐슈타인이 한 거다. 근데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하거든, 그게 비트겐슈타인을 읽었다는 증거지. 포스트모더니즘이 쓸 데 없는 비합리주의나 상대주의로 흐르지 않게 할 근거가 비트겐슈타인 안에 있는 거 같다.
그거를 언어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내 철학적 프로젝트다. 그리고 모던에 대한 포스트모던적 비판이 노출증적으로 흐르지 않게 언어철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거...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이 정말로 유용한 분야가 사실은 예술이나 미학 분야다. 지금 보면 그 친구들 글쓰기가 문학적 글쓰기로 변해버렸지만, 포스트모던의 사상은 사실은 옛 아방가르드 예술적 실험 같은 걸 철학의 영역에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미학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많은 분야 거다. 

삼: 박사 논문은 안 쓰나?  

진: 써서 어디 갈 데도 없고 받아주는 데도 없고... 내가 일단 거기 담을 쌓았기 때문에... 근데 박사는 하고 싶어. 근데 안 붙여 주더라고, 짜증나게... 이것도 과욕인지... 아집인지...

삼: 한다면 어디서?

진: 독일은 이제 갈 수가 없고, 할 수 있다면 일본에 가고 싶다.

삼: 부인도 일본 사람이니... 부인은 뭘 하시나?

진: 미술사 전공했어. 지금은 애 낳아서 키우고 있고. 얼마 전에 애를 낳았다. 나야 항상 집에 있으니 애를 같이 봐야지. 기저귀 갈고... 젖 주는 거 빼고는 다 할 수 있지 않겠나?

삼: 제도권 학자가 되는 건 완전히 접고 있는 거네.  

진: 굳이 안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받아 주지도 않을뿐더러. 들어가면 또 이걸 해야 되니까.(손을 맞대어 비빈다) 내 인생에 특별히 도움될 거라고 생각이 안 든다. 

삼: 글면 당신이 지금 주로 하는 일이 뭐냐?

진: 글 쓰는 거지. 그게 가장 중요하고. 요즘은 출판사에서 이론서는 웬만하면 안 내줄라 그런다. 만날 나더러는 대중용 뭐를 써라 그러는데. 짜증나지. 이론서 작업을 계속 해볼 생각이다. 왜, 피아니스트한테 맨날 팝송만 치라하면 짜증나지 않겠나? 물론 팝 공연하면 몇 천 몇 만이 오겠지만, 독주횔 한다면 몇 명이나 콘서트에 오겠나. 나와 같은 이론적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한 500명이나 되겠나. 뭐 그런 문제다. 

삼: 생활비는 어디서? 원고료나 인세?

진: 그렇지 주로. 근데 내 아내도 그렇고 생활에 대해선 큰 기대는 없다. 만족하면서 살고.
자동차도 없고 삐삐도 없고. 없이 살 수도 있거든. 좀 불편하긴 하지만. 카페 같은 데 가면 비싸니까 자동판매기 커피 뽑아서 길바닥에서 이야기 하고.

삼: 김포에서만 지내고 서울에 잘 안 나오냐? 집에서 읽고 쓰고...?

진: 에. 가끔 같이 산책 나가고 날 좋으면 와인 잔 두 개 들고 나가서 논바닥에 앉아서 와인 한 잔 마시고...

삼: 김포에 사는 별난 이유라도 있나?

진: 아니! 우리가 조그만 건물을 하나 갖고 있었는데 전 재산이었지. 그걸 팔아서 동생 장가 가는 데 보태고 남는 거로 집 살라 그러니까, 모자라지. 외곽으로 갔지. 싸니까. 난 유학하면서도 벌어서 가족을 부양했지. 히히.

삼: 성장환경은 어땠나?

진: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는데, 어렸을 때는 아주 가난했다.

짐작하겠지만, 진중권 씨의 벌이가 신통찮은 듯했다. 생계는 겨우 꾸려가지만 여유는 거의 없다고 했다. 사실 무엇보다도 이 대목에서 좀 안타까웠다. 진중권 씨에 대한 오호의 감정은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이 계속 정력적으로 활동한다면 더 재밌고 즐거운 사회가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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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자객 진중권, 이데올로기에 경쾌한 똥침을 날리다
 
인터넷 논객 진중권 인터뷰  미디어다음/심규진 기자  
 
우리사회에서 ‘진중권’을 알만한 사람들 중에 진중권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처음에는 좋아했다가 이제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는 게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
이유가 뭘까?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우리 사회에서 유독 ‘튀는’ 사람은 많았지만, 진중권처럼 많은 ‘적’을 가진 사람을 꼽기도 어렵다. 보수에서 좌파까지, 우리 사회 각계의 모든 정파성과 이데올로기를 향해 싸움을 거는 그의 논쟁 방식은 스스로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에 진중권의 ‘경쾌한 똥침’에 열광하는 매니아들은 이데올로기의 급소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때려내는 그의 ‘말발’과 냉정한 논리를 사랑한다. 어찌됐든 그가 인터넷 매체가 낳은 대표적인 ‘스타논객’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티조선’에서 ‘안티오마이’로, 한겨레 기고 거부와 민주노동당 탈당까지 그의 ‘논쟁사’를 따라가다 보면 숨이 가쁠 정도다. 논객으로서 그의 화법은 철저히 ‘비판’에 맞춰져 있다. ‘반대만 할 줄 아는 남자’라는 세간의 이미지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데올로기 과잉을 대한민국 최고의 병리 현상으로 진단한다”는 ‘낭만자객’ 진중권의 삶과 생각을 잠깐 들여다봤다.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무겁고 심각한 이데올로기를 조롱하듯 특유의 독설과 유머로 난타하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듯 진지한 표정을 보이며 우리 사회 난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오마이 뉴스에 당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진보 진영과 끊임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요?

오마이에 당했죠. 그런데 상식적으로 어떻게 ‘인성이 안 되서 교수가 못된다’고 저를 공격한 글을 탑에 올립니까? 그게 신문이에요? 내가 그토록 비난했던 조선일보는 나한테 글 써달라고 세번을 청탁을 했어요.

보수의 포용력과 여유, 그리고 진보세력의 편협함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물론 아무래도 가진 자는 더 여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요. 그러나 최소한의 룰은 지켜야죠. 한겨레도 웃겨요. 홍세화씨가 민노당 당적을 걸고 편파보도를 한 것도 아닌데 민주당 편향의 왜곡 편파 보도를 일삼던 그들이 왜 홍세화씨한테 뭐라고 하냐는 거에요.

엄연히 한 조직의 내부에는 룰이 존재하는데, 외부인이 간섭하는 걸로 비춰지지 않을까요? 더구나 기자는 중립적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아니죠. 그런 위헌적인 내규가 어디 있어요?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자유인데.

그럼 민주노동당은 왜 탈당한 겁니까?

그 사람들도 당파성을 가지고 저를 비난하잖아요. 제가 민노당원이긴 하지만 논객의 입장에서 자당(민주당) 후보를 흔드는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을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노무현을 옹호했다고 뭐라고 하는 거에요. 난 논객이니까 자유롭게 글을 쓸 권리가 있는 건데.

안티조선과 갈라진 것도 같은 이유죠?

안티조선이 민주당의 정치선동대로 변해 버렸으니까요.

한 때의 동지였던 강준만씨와 결별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처음엔 같은 류라고 오해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호남 지역주의 선동자였어요.

전방위 파이터 진중권은 잇따른 진보진영과의 불협화음에 대해 답답하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었다. 보수 진영의 대척점에 놓인 진보 진영이 보수의 정파성을 답습하고 비리와 부정을 잉태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는 태도는 지식인으로서의 냉정함과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편을 가르고 서로에 대한 비판 정신을 상실해 가는,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진중권식 도발은 조직에 속하지 않은 논객의 특권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용감했고, 그만큼 평가 받을 만 한 일이었다.

그러나 ‘조직’과 ‘정치’라는 인간 사회의 근원적 현상에 대해 그는 너무 옹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정파성이라는 필요악을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의’와 ‘선의’에 대해 그는 너무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닐까?

어떤 조직이든 간에 문제는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진중권씨 주장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는데요.

난 책임을 졌다고 봅니다. 특정 당의 선동대가 되는 것은 논객의 임무가 아니죠. 장기적으로 내 말이 옳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당장은 조선일보 깨면 DJ 지지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나의 일은 그게 아니거든요. 안티조선이 잘못 돼가고 있는 거 일년 전에 경고했는데. 내가 속한 진영에 비판을 하는 게 책임을 지는 것이죠. 지나고 보니 저 놈말이 맞는데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 놈을 기분 나쁜 놈이라고 욕해도 말 바꾸고 기준 바꾸는 놈은 아니라는 신뢰는 생겼다”고 봐요.

 

노무현도 DJ도 기득권 정치가일뿐 
 
일명 ‘노빠’로 불리는 노무현 지지자들과 강준만으로 대표되는 DJ 지지자들 모두에게 선전포고를 한거나 다름없는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우리당 보다는 ‘잔민당’(민주당)이 너 나쁘다고 봐요. 명분이 없잖아요. 자기들의 호남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 뿐, 둘이 갈라진 것은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 불과하지요. 어차피 재벌 돈 갖고 정치하는 사람들이니까 결국 하나로 합칠 거라고 보는데, 특별히 우리당이 더 나을 것은 없어도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것 하나는 인정해줍니다.

투쟁 세력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신정치, 측근 부패 등의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DJ가 오랜 기간 군부독재와 투쟁했던, 또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겼던 공적은 인정할 수 있는 부분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을 배반했다는 주장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지역주의에 대항해 반지역주의를 위해 싸운 호남인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호남을 고립시켰다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민주주의는 DJ가 한 게 아닙니다. 대중이 한 거죠. 대중들이 한 민주주의를 그 사람이 자기 이익 채우겠다고 87년도에 단일화 깨버려서 못한 것 아닙니까? 그 때 제가 DJ에 대한 신뢰를 버렸죠. 그 사람들이 뻔뻔하게 뭘 더 바랍니까? 40년 세월 소통령으로 누렸으면 충분한 거 아니에요? 김대중씨 아직도 정치인들한테 세배 받는다면서요? 박정희의 지역주의에 투쟁했다고 하는데 반대 급부로 과실을 얻은 것도 그들입니다. 대선에서는 손해를 봤지만 총선에서는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됐지 않습니까? 고위직에서 영호 남 차별이 없어진 것은 긍정적이에요. 그런데 서민들한테 뭘 해줬냐는 거죠. 권노갑씨 정치자금 비리 봐요. 5년 정권 잡으면서 해먹은 것으로 충분해요. 노무현 같은 사람은 김대중이 아니라도 국회의원 할만한 사람 아닙니까?. 김대중한테 빚을 졌다는 것은 김대중이 국회의원을 시켜줬다는 거 밖에 안됩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는 거지 자기가 뭔데 국회의원 자리를 나눠줍니까?
박통 때 호남 차별을 했다는 것도 그래요. 정책적으로 차별 받은 적이 없어요. 남동지역을 공단으로 키운 것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어찌 보면 필연적인 거였어요. 내가 경제적인 지표들을 뽑아 봤는데, 영호남인의 1인당 총생산에 아무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제일 낮은 게 경북이에요. DJ 이전에는 지역 감정이 없었습니다. 87년 후보 단일화가 깨지기 전까지는 영호남 대립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대구, 경북에 맞서 호남과 경남이 연대하는 모양새였지.

그럼 박통 때부터 경제적 차별이 있었다는 것은 선동에 불과하다는 건가요?

과장이 있다는 거죠. 도시 농촌 간 차별이었을 뿐이라고 봐요. 그런데 전라도는 농업지대잖아요. 전라도의 농민들이 경상도의 도시나 서울로 간 거고, 그런데 경상도 농민은 경상도 도시로 갔을 뿐이에요. 대한민국은 넓은 땅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평준화될 수 밖에 없어요.

정치인들은 그렇다 치죠. 그런데 호남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떻습니까? 호남 사람들은 ‘반지역주의’를 구현할 인물로 김대중을 선택했고 같은 맥락에서 노무현을 찍은 것 아닐까요? 노무현이 영남 출신이고 동교동계 주류가 아닌데도 오랫동안 지역주의와 맞서 싸웠으니까, 호남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영남 보수세력의 지역주의에 기댄 이회창을 응징하기 위해서 노무현을 선택한 것 아닐까요?

(거침없이 이어지던 그의 논박이 이 대목에서 잠시 주춤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만 뭔가 당혹스러운 듯 목소리는 더욱 격앙됐다.)
자꾸 김대중, 김대중하니까 피곤하거든요. DJ가 해준 게 뭐라고? 이해가 안가요. 1930년대 멘탈리티죠. 엘리트 층에서는 영호남 균형이 잡혔는데도, 호남 주민들한테 도대체 무엇을 해줬냐는 겁니다.

‘호남인의 선택’에 대한 고민에서는 비껴선 채, 서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와 ‘개혁’이 없다는 지적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DJ의 ‘지역주의’에 비해 ‘반지역주의’를 추구한 노무현도 그에게는 개혁성의 측면에서 이회창과 다를 게 없었다. 기득권을 위한 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가 제기하는 비판의 끈을 따라가다 보면 권력에 대한 ‘증오’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민노당의 정파성을 거부하며 탈당은 했지만 꼬박꼬박 당비는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과 태도에 대한 진보 진영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식 권력으로 얻은 대중적 인지도에 상응할만한 ‘노력’과 '헌신'은 보이지 않고, 정파적인 모든 것에 대한 ‘안티테제’에만 집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비판과 그들의 상처에 대해 ‘피곤’하기만 할 뿐이라고 응수했다.

 

연대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조직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진중권이 과연 누구와 연대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민주노동당이죠. 저는 지금도 제가 그때 그때 사안에 따라 여러 사람과 연대하고 있고 연대할 수 있다고 봐요.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양당 체제가 구축되고 민노당이 사회의 주류 정파로 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일까요?

그렇게 되면 아마 민노당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거세지겠지만 그럴 거라고 봐요.

학교 다닐 때 어떤 학생이었을지 궁금하네요. 서울대를 나왔다면 공부는 잘 한 것 아닙니까? 우리 사회에서는 공부 좀 하면 모범생을 떠올리는데…

'서울대의 나라' 그 책 정말 웃겨요. 그렇게 사는 서울대생 10%도 안되요. 어차피 상층부로 가면 고등학교 파벌이 있는 거지, 그 책은 강준만씨가 이회창 캠프를 공격하기 위해서 DJ의 학벌 콤플렉스를 무마시키기 위해 썼다는 목적이 있었죠.
고등학교 때는 까불까불한 개구장이였어요. 세상 물정 모르고 까불었죠. 정학 세번 맞고 고등학교 졸업했고요.

파벌과 전체주의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유로웠던 것 같네요. 국제 결혼을 하셨는데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

집안 환경도 쓸데없는 아우라를 추구하는 게 없고 다들 '쿨'하죠. 특별히 반대는 없었는데, 누나도 국제 결혼을 했거든요. 독일 사람이랑 10년 살더니 갑자기 이혼하고 지금은 20세 연하의 핀란드 남자랑 살아요. 자식 둘이 국제 결혼을 한다니까 어머니가 조금 황당해 하셨죠.


건전한 비판보다는 경쾌한 풍자가 좋다
 
진중권 하면 전방위 투사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조선일보도 괜찮은 측면이 있다는 발언을 보고 놀랐습니다. 안티조선의 교주가 조선일보를 인정한다는 것은 대중들에게는 의외로 다가오는데요?

전 조선일보가 없어져야 할 신문이라고 보지 않아요. 그들의 순기능도 인정하고요. 다만, 그들이 가진 정치력과 영향력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장난을 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일 뿐이에요. 조선일보는 없어질 수가 없어요. 없어져야 할 이유도 없고요. 처음부터 그런 것을 바라고 한 운동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건전한 비판에서 해석해야 합니까?

(‘건전한’이라는 단어가 영 어색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건전한 게 아니고, 장난을 친거죠. 조롱하고, 비꼬고, 풍자하고, 한번 웃어보자는 거에요. 저들의 허위의식을 드러내면서.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원고 청탁이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안티 조선'이니까요. 저들이 변한다면 응하겠지만 변할 의사도 없으면서 쿨한 척 하는게 싫어요.

원초적 불신이 심하네요.

그렇죠.

앞으로의 언론 환경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선일보를 구원하는 것은 상업주의라고 봐요. 조선일보의 이념성, 실향민 정서, 원한, 복수, 언젠가 빼앗긴 내 땅을 되찾겠다. 이게 시대에 안 맞고 그 대신에 시장 경제 이념들이 강해질 거에요. 중앙일보가 그런 식으로 잘 나가잖아요. 조선일보도 중앙일보처럼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살아 남기 힘드니까요.

그게 긍정적이라고 보나요?

그나마 낫죠. 폭력성이 없으니까, 이념성을 무기로 정치적인 농간을 계속 해왔잖아요.

조선일보의 이념성에 대항해서 독립 언론이 싸우고 있는데. 이념이 없어지면 상대의 실체가 없어지니까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어떤 면에서 그렇죠. 미국의 신문시장 보면 황당하잖아요. 말도 안되는 자발적인 애국주의. 이념은 정치적 타깃이 있고 싸울 수 있고 싸움의 목표도 분명한데 시장이 가진 악의 측면은 우리 모두가 공범자거든요. 사실 더 큰 문제는 경제 신문이거든요. 노동조합 때문에 경제가 망한다든지 이런 식의 엉터리 이데올로기를 더 크게 퍼뜨리잖아요. 조선일보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고 사주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에요. 물질적인 풍요에 종속되는 삼성맨, 조선맨들이 문제지.

그땐 시장과 싸우겠군요.

그렇겠죠. 그렇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 겁니다.

 

대중적인 글쓰기는 취미활동. 피아니스트가 밤무대에서 연주하는 것과 같아  
 
진중권의 꿈은 무엇일까? 추구하고자하는 신념이나 이데올로기도 없고, 존경하는 사람도 없고 정치적 야망도 없는 그에게 꿈은 그저 지금처럼 ‘자유’롭고 싶은 것일 뿐일까?

유시민씨 같이 정치 일선에 뛰어든 사람도 있죠. 본인은 그런 생각이 없나요?

전 정치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에요.(웃음)

어떤 점에서 그렇죠? 정치라는 것 자체가 이기적, 소모적이라는 얘기인가요?

다른 영역이라는 거죠. 나는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는지 알고 있고, 이 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면 되는 거에요. 왜 모든 사람이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가요. 나는 내가 하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해요.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고, 당직자, 의원 이런 것보다 몇 배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내가 미쳤다고 정치를 해요.


그럼 왜 저 모양으로 정치를 할까 내가 하면 백배 천배 잘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은 안 드나요?

에이, 그런 확신은 없어요. 정치는 혼자하는 게 아니잖아요. 따라야 할 룰이 있고. 조직논리가 있겠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고, 내 성미에 안 맞죠. 그냥 안 맞을 뿐이에요. 정치인은 파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다른 의미의 ‘권력’을 추구해요. 옳고 그름과 적합함과 비적합함이 더 중요한 기준이고, 새로운 문제를 보고 제기하고, 이게 더 중요해요.

사실 그의 본업은 ‘학자’이다. 그는 대중 논객 이전에 여러 권의 미학 저서를 낸 학자이고, 학교, 방송 등에서 강의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강의도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일할 생각은 없습니까?

그 쪽이 워낙 그렇잖아요. 제가 또 말도 안되는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학교로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아예 안 가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학계에 대해 불만과 불평을 늘어 놓다가도 ‘포기’라는 지나치게 겸손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영 학계에 뜻이 없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음에도 진중권은 국민 총생산보다도, 근로자 평균임금보다도 훨씬 높은 소득을 올리는 스타급 학자이자 논객이다. 방송 토론 프로그램은 진보의 이름으로 ‘보수 우익’을 공격할 필요성이 있을 때 그에게 'SOS'를 치고, 인터넷을 통해 획득한 대중적 인지도는 심오한 미학 이론서들의 판매부수까지 늘려 주었다. 내년에는 저작들이 한꺼번에 출간돼서 따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할 정도가 된단다. 진중권은 이데올로기적 당파와 정파에서만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그가 획득한 지식권력은 그에게 자본으로부터의 해방까지 안겨준 듯 했다.

사실 대중적인 글보다는 이론서를 많이 쓰고 싶죠. 저의 대중적인 글쓰기는 이를테면 피아니스트가 학비 벌려고 밤무대에서 연주하는 것과 똑같은 거에요.

모든 권력과 억압의 이데올로기, 조직과 정파에서 자유로운 그는 지상에서 한 뼘쯤 발을 뗀 듯 자신만의 로망을 추구한다. 다만 그 자신의 자유로움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세상의 모든 자유의지와 열정과 신념에 애써 귀를 닫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통을 외면한다면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나쁜 놈’이 될 수 밖에 없거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니 무시하려는 철부지에 머물고 말 것이다.

그러나 열등감인지 자부심인지, 밑모를 뻔뻔함과 경쾌함, 자기 지식에 대한 현시욕, 비판을 책임으로 부르는 자기 합리화에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우리 사회에서 간과할 수 없는 오피니언 리더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토론이 부재하던 90년대 후반, 한국 사회에 홀연히 나타나 게릴라식 글쓰기로 수많은 화두와 쟁점을 던진 그의 공덕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아직 우리 사회가 이데올로기의 망령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했다고 본다면, 우리가 진중권에 주목 해야 할 이유는 아직 충분히 유효하다. 

[출처] 진중권|작성자 나의왼발


출처 : 쌍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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