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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 담] 문국현 사장에게 듣는다.

멋진 결혼을 하자 2008. 8. 21. 13:42

 

 

 

[대 담] 문국현 사장에게 듣는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한없는 긍휼을 느끼는 박애주의자를 본적이 있는가? 맑은 얼굴,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격한 목소리로 감정을 표출하지도 않는, 자신에 대한  확신감을 가진 인격자를 본적이 있는가? 인생과 사회에 대한 모든 질문에 현명과 용감에 기초하여 앞길을 제시해 주는 스승을 본 적이 있는가?” - 한국경영학계의 간판스타인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유한킴벌리’(문국현,조동성 공저, 한스미디어,2005)라는 책에서 문국현 사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본시 경영학자란 성공한 기업인을 만나면 칭찬을 제어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사장에 대한 조교수의 평가는 후일 문사장의 송덕비에 올려도 손색이 없으리만치 칭송으로 가득합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만큼 조심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특히 살아 있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그러합니다. 한 길 사람 속은 참으로 알기 어렵지 않습니까.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조동성의 문국현에 대한 칭송에는 막힘이 없습니다.

 

그는 “문사장과 같은 사주팔자를 타고 난 것을 내 운명으로 삼아, 문사장을 인생의 모델로 삼아,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까지 거침없이 뱉고 있으니까요. 두 사람은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나 사주팔자가 같다고 합니다. 무엇이 조동성으로 하여금 동갑내기 기업인을 이토록 칭송하게 만들었을까요?

 

문국현 사장-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자유칼럼은 개혁지향적 시민단체들이 문국현사장을 2007년 대선후보로 추대하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의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기에 시민단체가 그런 관심을 보이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3일 토요일 오후 4시 조선호텔 20층에 자리한 중국식당에서 네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담을 나누기 위해 세 권의 책과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웹 문서를 훑어본 다음이었습니다.

 

문사장은 첫 인사로 자신이 하루전날 열린 유한킴벌리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만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주주들이 한번만 더 하자고 하도 그래서....... 사장 다섯 번째 하는 거예요.”

 

자신은 한사코 싫은데 주주들이 졸라서 더 맡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긴 시간의 대화가 끝난 다음에야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문사장으로서는 이 정도의 유머가 최대허용치였습니다. 그는 다소 건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신중하고 진지했습니다. 상대방이 농담을 던지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문사장은 자유칼럼과의 대담을 위해 최근 다녀온 다보스포럼과 관련된 자료와 그 동안 그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자신이 관심을 쏟고 있는 일이 어떤 것들인지를 소개하는 130쪽짜리 <21세기 메가트랜드와 한국의 과제>라는 자료를 들고 나왔습니다.

 

먼저 문사장이 1시간여에 걸쳐 준비한 자료를 설명해 나갔습니다. 설명하는 투가 마치 낮은 목소리로 책을 읽는 듯 했습니다. 문사장은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정약용선생, 그리고 유일한 박사를 가장 존경하고 있으며 그들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그 분들은 모두 이타적인 삶을 살았고, 혁신가로서 종신했으며, 전 생애를 걸쳐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했기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을 마친 문사장에게 자유칼럼은 대선후보론 화제부터 꺼냈습니다. 문사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왜 이 시기에 대선후보로 거론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것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담 후반부에 이르러 문사장은 ‘나는 두려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마치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각오로 들리기도 했고, 혹은 아무리 어려운 난제일지라도 자신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타고난 낙천주의자이며 세상을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근거를 ‘완전한 자유’에다 두었습니다.

 

그는 대화에서 한국이 육체노동과 국토개발에 의존하는 낡은 패러다임을 단절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운하나 철도를 주장하는 기존 정치권 대선후보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었습니다. 중국도 이미 '영혼이 있는 경제(Soul Economy)'를 채택하는 마당에 국토개발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이제는 로우 로드가 아닌 하이 로드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사장은 또 ’평생학습으로 국민들의 지식과 창조능력을 고양시켜 선진국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유한킴벌리에서 성과를 올리고 다른 산업체로 전파되기 시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그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살인적으로 과다한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기업에는 오히려 생산성과 이익을 가져오는 제도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사장은 노무현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요즘 지도자는 너무 잘못된 과거 지향형으로 가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하면서, 지도자에는 손발만 다루는 지도자도 있고, 머리까지 다루는 지도자도 있으며,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지도자가 있는데 세종대왕이 바로 그런 분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자신도 이제는 “남의 꿈을 생각할 수 있고, 남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을 많이 한다”고 최근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특히 현재 인구 2천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업이 고용하는 노동력은 겨우 130만명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온 나라가 대기업을 나라의 희망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여정부도 ”중소기업을 살릴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대기업에 더 의존적으로 가버렸다“고 비판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비리에 대한 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권한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노사문제, 농어촌문제, 외교안보, 교육 등 국가경영에 관련된 주요한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어느 문제에나 문사장은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듣는 사람이 내심 놀랄 정도의 객관적 통계와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대화를 마친 자유칼럼의 소감은 문사장이 이미 기업인과 시민운동가의 경계를 넘어선 모습이었습니다.

   
 
Q.자유칼럼
한 시간을 넘게 그 동안 해 오신 일을 잘 정리해주셔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첫 질문은 이것인데, 왜 요새 갑자기 범여권의 대안으로 거론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A.문국현
전혀 예상 밖의 질문인데………. 범여권이 저는 누군지도 모르겠고요. 정말이지 저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저는 누가 우리나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누가 우리보다 50배나 큰 해외 시장으로 우리 국민들을 잘 이끌어 갈까에 관심이 있지, 야가 누군지 여가 누군지 전혀 몰라요. 정치에 관심도 적었고요.

 

Q.자유칼럼
그동안의 인터뷰마다 정치 참여설을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 하셨더군요.

A.문국현
저는 경제인이고 문화운동가고 환경운동가입니다. 물론 다른 운동가들이 정치에 나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의 영역은 아닙니다. 경제인은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를 두 배, 새 배 키우고 부양시킬 방법이 뭐냐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정부 들어 과거 지향적이고 갈등을 조장하는 그런 일이 많았는데 저희 경제인들한테는 잘 안 맞더군요.

저는 어디까지나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일에 관심이 있어요. 현재의 우리 육체경제를, 저임금 경제를, 어떻게 지식경제 고부가가치경제, 창조경제로 가게 하느냐, 또 어떻게 하면 선진국처럼 환경친화적이고 사회친화적이고 가족친화적인 경제를 만들어내느냐에 관심이 있습니다.

 

Q.자유칼럼
북한산을 올라갈 때 대남문 코스, 정릉 코스, 혹은 우이동 코스로 각각 오르지만  정상에 가면 다 만나지요? 이미 정상에 올라갔을 때는 어느 코스로 왔느냐, 당신이 누구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정상에 와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기업인의 정치참여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현재의 정치판이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고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인물난에 허덕이니까, 다른 분야에서라도 솔루션을 가진 사람을 찾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요.

A.문국현
거듭 말씀 드리지만 저는 잘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잠시일지라도 남의 옷을 빌려 입으면 그만큼 불편하잖아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부정과 부패 내지는 정실에 기반을 둔 사회가 신뢰사회로 바뀌고, 저임금과 국토개발에 기반 하는 우리경제가 지식과 소프트웨어와 창조에 기반 하는 경제로 바뀌는 것이 중요해요.

 

Q.자유칼럼
과거 우리가 토지와 노동을 배경으로 자립의 기반을 삼았다면 이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기술, 창조, 지식 이런 쪽으로 가야지요. 그런데 선진국의 문턱에 와가지고 주춤거리기만 할뿐 정작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거의 10년째나 문턱 앞에서 주춤거리는 모습인지라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하는 걱정이 비슷하더군요.

A.문국현
걱정은 다 같이 해야죠. 사실은 첫 질문이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주제라서 놀랐습니다.

 

Q.자유칼럼
쓰신 책을 보니 스스로 혁명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사실인가요?

A.문국현
기업인들이 성공을 한참 이뤄갈 때에는 혁명가적 기질이 있습니다. 과거를 단절해야만 새로운 미래가 시작되잖아요. 그런데 성공한 다음 많은 기업들이 거기 안주하면서 혁명가적 기질을 잃어버리면서 몰락하거든요. 저는 원래 가진 것이 없이 출발해서 그런지 어느 자리에 머물러 있지를 않아요. 저는 이미 1975년 유한양행에서 한국기업 최초로 전산실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산은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합니다. 재래식 시스템에다 전산 정보시스템을 놓으면 복잡만 더해지거든요.

   
 

 

항상 통합하고 단순화하고 직선화하는 것이 몸에 배있다 보니까 제 책상에 혁신은 지속돼야 한다(Revolution Cotinues)라고 써놓았어요. 안주하지 말자 이거죠. 지금까지 기업인 생활 33년을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변화가 몸에 배있고 그러니까 거대한 중국 같은 데를 제가 가서 2-3년 만에 8개 사업체를 4개로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Q.자유칼럼
일반적으로 혁명가는 로맨티스트입니다. 사실은 낭만적이니까 혁명을 한다고 그래요.

A.문국현
그렇죠. 저도 로맨티스트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나 긍정적 사고를 갖지 않는 사람은 꿈과 지구력과 전문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이 세 가지를 갖게 해주는 것이 바로 낭만이거든요. 낭만이 있어야 사랑도 하지 않습니까. 혁신은 전문성만 있어서는 안 돼요 그야말로 긍정적인 사고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이 지구력을 가져다주고 결단을 가져다주지요.

 

Q.자유칼럼
골프, 술, 노름을 전혀 하지 않아 ‘3불사장’이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죠? 그런 것은 낭만하고 관계가 없나요?

A.문국현
그거하고 전혀 상관이 없어요. 저는 골프장 보다 더 좋은 숲에서 나무도 심고 가꾸니까 굳이 골프장으로 내려올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나중에 좀 더 늙으면 치자, 그래서 지금은 안치는 거구요. 그 다음에 도심에 있는 골프장이나 산을 파괴하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골프장에 가는 건 또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요. 저는 골프장에서 대여섯 시간 있는 거 보다 사람을 만난다든지 새로운 것을 디자인 한다든지 그런 게 더 재미있어요. 시간나면 시나 글을 많이 써요.

 

Q.자유칼럼
낭만과 혁명을 이야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혹시 젊은 시절에 체 게바라 같은 인물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A.문국현
저는 그런 류의 혁명가는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은 모든 사람을 억압으로부터 자유스럽게 해주는 또 창조적으로 가게 해주는 그런 혁신이지요.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 보면 수많은 고난 끝에 왕에 오르지만 하나같이 권좌에 오른 순간 불행해집니다. 왜냐면 프로세스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불행한 사람은 잠을 못 이루잖아요. 평생 제가 회사생활을 통해 노력해온 목표가 우리 회사 사람들이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자유 없이 창조가 없거든요.

 

Q.자유칼럼
아까 주신 자료에 보면 세종대왕, 충무공, 다산, 그리고 유일한 박사 네 분을 훌륭한 지도자로 설정해 놓으셨더군요. 세종대왕에 관심을 두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A.문국현
당시 죄수를 치죄하는 데 문서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서 백성들은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거예요. 이런 게 안타까워 한글을 만들 생각을 가지시거든요. 처가가 역모에 휘말려 장인은 자결하고 장모님은 한때 노비가 됩니다. 그래서 특히 죄인이나 노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한 사람의 군왕으로서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음성문자를 만들어내는데, 동기를 보면 가난하거나 억울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글자와 지식의 통로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지요.

 

   
세종대왕
측우기, 자격루, 혼천의를 개발한 장영실은 노비신분인데 중요한 일을 시켜야 하니까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서 많은 학덕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으로 일종의 ‘신분세탁’을 시켜 기회를 만들어 주거든요. 공무원들에게는 자주 자리가 바뀌면 전문성을 기르지 못한다고, 한 자리에 오래있게 하는 제도를 만듭니다. 공무원들의 안식년 제도도 그때 나왔어요. 2-3년 동안 집에서 재택근무하거나 이러면서 그 분야에 정진하라는 뜻이었어요.

그런 게 저에겐 혁명이고 혁신이지요. 우리 역사에 그런 세종대왕 그런 이순신 그런 정약용이 있어요. 그분들이 참된 혁명가지요. 우리가 그런 창조적인 조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다 사라지고 평생학습도 이제 새롭게 만들어야하는 지경입니다. 3일 휴가 없는 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550년 전에 우리 조상은 그렇게까지 앞서 갔는데 후손들이 역진하고 있는 거죠.

 

 

 

 

Q.자유칼럼
그분들이 사장님의 롤 모델이라고 봐도 좋은가요?

A.문국현
어렸을 때부터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그리고 플라톤에 나오는 카토라는 사람을 좋아했어요. 카토는 매우 청렴결백한 지도자였거든요. 그런 분들을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분들을 봤지만 아무래도 세종대왕만한 분이 없어요. 한글을 지금은 8천만 명이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진짜 수 억 명이 이용하게 될 수도 있어요. 세상에는 손발만 다루는 지도자가 있는 가하면 머리까지 다루는 지도자도 있어요. 만약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그런 지도자를 가졌다면 그 민족은 참 행복한 민족 아니겠어요. 요즘 지도자는 너무 잘못된 과거 지향형으로 가고 있어 그런 게 아쉬워요.

 

Q.자유칼럼
사장님의 낙관적 견해는 태생적인 건가요 아니면 학습된 건가요?

A.문국현
둘 다 일 것 같아요. 경영학의 첫 번째 원리는 빌드 더 스트렝스(Build the Strength) 이거든요. 장점을 많이 활용해서 더 키우라고 하죠. 그 대표적인 분이 피터 드러커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도 그런 걸 이야기 하는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긍정적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창조하고 디자인 하는 것을 좋아했고요. 꿈이 있고 그것을 채울 수 있는 전문성이 있고 긍정적 사고와 지구력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Q.자유칼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바로 낙관적이라는 증거겠지요.

A.문국현

   
 
예, 뭐 낙관적이니까 회사 내에서 24년 전에 이미 반부패 운동도 시작하고 숲 운동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숲 운동은 처음 10년간 힘들었지요. 93년엔가 가서야 정부가 손비로 인정 해주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나라 땅에 왜 개인이 나무를 심느냐, 나무를 심을 테면 땅을 사서 심으라고 했어요. 하는 수 없이 세금을 24%나 내면서 나무심기를 계속했죠. 이 운동을 24년 째 할 수 있는 것은 지구력도 지구력이지만 낭만가적 기질 덕분이라고 봐요.

 

반부패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요즘도 뭐 사실은 반부패운동 하는 사람을 세상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컴팩트에서 기업의 반부패 운동이 기본적인 걸로 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반부패운동 한다면 너무 진보적인 사람이 아니냐 그래요. 사실은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기본인데도. 불필요한 오해도 받지만 저는 다보스 포럼도 열심히 가고 유엔과도 열심히 협력하면서 글로벌 컴팩트 서약을 계속 추진하고 있어요. 남들이 욕한다고 안 하면 세상의 발전이 없어요.

 

Q.자유칼럼
젊은 대학생들한테 유일한 박사를 평가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감동해요. 마치 고압선에 감전된 사람처럼 큰 반응들을 보이거든요. 젊은이들은 첫째 상공부장관 입각 권유를  받고도 이를 뿌리치고 기업인의 길을 갔다는 사실, 두 번째는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한 것, 세 번째는 사유재산의 사회환원 등을 훌륭한 점으로 꼽습니다. 사장님은 유 박사님의 어떤 점을 훌륭하게 치시나요?

A.문국현

   
유일한 박사
우선 그 분은 애국 애족의 화신이에요. 우리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인데 그 분의 일생을 종합해 보았을 때 그분은 남을 위해서 태어나신 분이지요. 나중에 종업원지주제나 전문경영인제도로 나타나지만 무엇보다도 도저히 범인은 할 수 없는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하시거든요. 그분은 아홉 살에 미국에 가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고 독립운동도 하면서 백만장자까지 됐는데 확고한 애족애국의 마음이 없었다면 자기의 모든 것을 한국사회에 던지지 못했을 거라고 봅니다. 

 

두 번째 제가 그 분한테서 느끼는 것은 인테그러티(Integrity)의 상징이에요. 유박사님이 사업을 위해 귀국을 결심하자 서재필 박사님이 처음에는 미국에 있지 왜 위험한 한국으로 가느냐고 만류했어요. 그러면서도 박사님의 뜻이 확고한 것을 알고는 유한의 버들표 로고를 만들어줍니다. 거기다 신용이란 말을 쓰고 영어로는 인테그러티라는 단어를 썼는데 우리말로 신용이라고 번역했지요. 유박사님은 진정 신용의 화신이었어요. 그렇기에 유박사님이 돌아가신지 36년이 되어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해 주고 최근에는 그분의 이름을 딴 유일한로도 생기고 ‘신뢰의 문’도 세울 수 있었어요.

 

제가 대학4학년 때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을 하셨어요. 당시의 50억원이면 지금의 5천5백억 내지 1조원의 가치가 있는 재산인데 그 큰 재산을 자녀들이나 아내한테 안 주고 재단에 기증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을 느꼈어요. 그분은 종교인도 아닌데 이타적인 삶을 살았어요. 저한테는 영원한 등대지요.

 

Q.자유칼럼 : 그래서 문사장님도 애국애족을 많이 생각하시나요?

A.문국현
뭐 애국 애족이라는 말보다 요즘은 남의 꿈을 생각할 수 있고 남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다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신뢰가 가장 큰 경쟁력이고 성공의 비결이라고 많은 분들한테 전파하는 전도사가 돼가고 있어요. 그렇게 사니까 아주 자유스러워요. 어떤 악재나 위협도 무섭지 않고 완벽한 자유를 느껴요. 그런 자유 속에서 무한한 창조력과 통합적 힘이 나오고, 모든 인생사와 기업 활동에서 불신이 사라지니까 파워가 커집니다. 저는 두려움이 없어요.

 

Q.자유칼럼
유 박사님 같은 분은 하늘이 내시나요, 아니면 본인이 노력해서 그렇게 되신 건가요? 그 시대가 참 암울하고 힘든 시대였는데.

A.문국현
어려서 유학 간 것 자체가 남다른 자극이었을 것 같고 태생적으로 성숙했던 것 같아요. 그분이 공부하던 1920년대 당시의 미국은 현대경영학이 탄생하던 시기라서 아마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훨씬 앞서게 되었던 게 아닐까요. 한국에 오셔서 이미 30년대에 종업원지주제나 전문경영인제를 시작하셨거든요. 실제로 창업자가 없어지더라도 종업원이 주인이라서 회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Q.자유칼럼
하루 세끼 밥 먹고 사는 건 유박사님이나 우리나 모두 똑 같은데 왜 인생의 가치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A.문국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예수님도 그렇고 부처님도 그렇죠. 부처님은 특히 부잣집에서 나서 모든 것을 버리시잖아요. 그래서 불교는 석가모니 이후 2500년 지나도록 이렇게 계속 크게 융성 하는 거죠. 좋은 생각은 비록 한 사람에서 출발하더라도 다음 사람들에 의해 계승되고 확장 되면서 결국 엄청나게 커지게 마련이에요.  

 

Q.자유칼럼
뒤에 오는 후계자들이 잘 계승 발전 시켜주면 앞선 선생들의 빛이 나지만 제자를 잘못 키우면 훌륭한 생각도 대가 끊겨 버리지요. 하마터면 공자의 사상도 대가 끊길 뻔 했으니까요. 공자와 맹자 사이가 1백년 쯤 떨어졌는데 맹자가 아니었더라면 공자의 사상도 묻힐 뻔 했잖아요. 

 

다른 얘기 여쭤볼게요.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은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안하고 저렇게 하겠다’- 단편적일지라도 그런 생각도 해보고 꿈도 꿔보잖아요. 대통령직이 탐나서가 아니라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서. 문사장께서 대통령이시라면 지금 무슨 일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A.문국현
그 질문은 문제가 되는 거 같은데요.

 

Q.자유칼럼
누구나, 보통사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얘기를 하니까요.

A.문국현
글쎄 그래도 그런 상황은 좀 마땅치가 않아 보이네요.

 

Q.자유칼럼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풀어야 될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문국현
자꾸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문제지요. 과거에 집착 하다 보면 평가도 과거 방식으로 하려고 들거든요. 말로는 개혁을 하고 발전을 시킨다고 하지만 삶의 질이나 행복감은 예전보다도 자꾸 못해가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IT 기술로 인한 지식의 격차가 소득의 격차를 가져오니까 과거 같은 만족감을 가져오지 않고 있어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이라든가 유엔과 다보스가 얘기하고 있고 선진국들이 이야기 하는 하이로드(high road)로 빨리 가야 되는데 우린 아직도 저임금, 투기, 토지개발 등등 하드웨어에 기반하고 있는 로우 로드(low road)로 가고 있거든요. 사실 선진국은 높은 길로 가고 있고 손발에 머물러 있지 않아요.

 

하이 로드로 가고 있는 나라 중에는 싱가포르, 스위스, 아일랜드, 핀란드, 스웨덴처럼 천만명 안팎의 작은 나라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 영국이나 혹은 요즘 다시 부활하는 독일처럼 큰 나라도 있어요. 독일은 작년에 무역 흑자만 2천 억 불을 넘겼어요. 이들 하이로드 나라처럼 되려면 우리 사회가 과거와 단절하고 신뢰사회로 바꾸고 육체노동이나 개발복지에서 벗어나서 지식창조경제로 가야 해요.

 

현재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청 하나만 만들어 놓고는 무려 2천만명의 국민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해요. 대학이 많지만 항상 통폐합이나 생각하죠. 다른 나라는 대학과 기업이 결합해 평생학습체제라는 메가트렌드로 가는데 우린 정반대방향으로 가는 거예요. 대학이 학연 혈연 지연의 연장선에서 하나의 간판 구실만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고쳐야 할 게 많아요.

 

총체적 혁신이 필요한 거고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가야 해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과거 방식을 최대한 써먹으려는 집단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려는 힘보다 항상 크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쉽지 않아요. 뜻있는 사람들이 걱정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서 안타까워요.

 

Q.자유칼럼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걱정하는 사람이 조야에 가득하고 국민들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걱정을 많이 합니다. 낙관적으로 보면 좋은 징조인데, 그러면 누가 그걸 해낼 수 있느냐? 그게 누구냐? 국민들은 일단 정치판에 나와 있는 인물을 먼저 살피게 된다 말이죠. 그런데 정치권에서 적합한 인물이 안보이니까 국민들의 좌절과 낙담이 더 큰 거죠.

 

사장님이 1년에 100일쯤 해외를 다니시면 일부러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눈동냥 귀동냥만 해도 세상변화를 감지 할 수 있잖아요.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의도적 무시와 감정적 배척의 기운이 많았거든요. 그러면 자꾸 더 쳐지지 않을까요?

A.문국현
글로벌 스탠다드 중에 잘못된 게 많이 있기 때문에 일부는 고쳐서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명백하게 누구나 인정하는 메가트렌드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어야 하죠.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세계 역사상 그 유래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뒤늦게 산업화를 시작해서 빠른 속도로 완결하고 정보화 시대 창조 경제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데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그랬습니다.

 

산업화는 우리가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공산체제에서 풀려난 동구라파 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어요. 그래서 유리한 게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세계화가 되면서 우리 일자리를 뺏기고 있어요.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인도가 뺏어가고 있죠. 우리나라가 IT 기반 디지털 기반위에 평생학습 하나만이라도 승부를 둔다면 그건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봐요. 지난날 우리나라 높은 교육열과 낮은 문맹률이 산업화시대를 리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다만 한국이 인도에 비해 영어를 안 쓰기 때문에 과거 한글을 가지고 교육을 쉽게 받고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데 반해 정보화에서는 세계어의 실력도 뒤지지 않아야 하니까, 이 부분만 극복하고 평생학습제도를 확산한다면 한국은 제4의 물결에서도 또 다시 주역이 될 수 있어요. 다른 나라보다 30년 내지 50년 늦게 출발한 게 아니라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오히려 앞선다는 것이지요.

 

한국이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고 세계와 진정한 커넥티드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가 되는 중국과 인도의 이웃에 있는 나라로서의 징검다리 효과를 최대한 보지 않겠느냐 생각해요. 저는 낙관적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비정규직을 늘리고 제3국 근로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최근 잭웰치와 한 시간 동안 라이브 비디오 컨퍼런스를 했는데 그가 걱정하는 것도 같아요.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만의 걱정이었는데 빌 게이츠와 잭 웰치 마저도 ‘한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망각하고 지식과 교육을 소홀히 하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칫하면 15년 전의 일본이 된다는 얘기였어요. 저는 우리에게 굉장히 긍정적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절하고 개혁해야죠.

 

Q.자유칼럼
그런 사회전체적인 방향 전환이나 거대한 창조적 파괴는 결국 국가 원수의 몫이 아닌가요? 국회의원 한 두 사람이나 장관 혹은 총리가 각성한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니잖아요?

A.문국현
물론 대통령이 그런 걸 시작하면 더 없이 좋겠죠. 그러니까 기업이나 국민 시민단체 등이 전 방향에서 같이 요구해야죠. 다 같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현재나 과거에 대한 불만이 축적이 돼야죠. 나라의 미래는 국민들이 얼마나 자각하느냐에 달려있어요. 그래서 해외에 많이 다닐 기회가 있는 무역인 언론인 이런 분들이 국민에게 실정을 정확히 알려줘야 된다고 봅니다. 국내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시야가 좁잖아요.

   
 
가령 국민이 계속 땅값 올라가기만 바라고 여기저기 마을 개발되기를 원하면 나라는 그렇게 가는 거지요. 지난날 일본의 다나카 가꾸에이 수상이 일본 전 국토를 개발해서 골고루 잘 살게 하자고 그랬어요. 그래서 부동산이 거대하게 커져갔고 결국 91년에 가서 80퍼센트가 붕괴된 거 아닙니까? 그게 다 우리가 이웃나라의 실패를 통해 배우는 교훈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국민이 아직도 미래와 세계를 향한 지식창조보다는 내 마을에 개발 붐이 일기를 바란다면 좋은 지도자가 뽑힐 리가 없고 어쩌다 좋은 지도자가 뽑힌다 하더라도 그런 국민들로는 변화를 일으키지 못해요. 국민들의 관심이 부동산에 있다면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따라가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을 수 없어요. 정치만 나무랄 수 없지요.

 

 

Q.자유칼럼
기업인으로서 노동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기업인들은 노동이야기만 나오면 머리를 흔들거든요. 노동문제 큰일 났다고. 사장님은 일찍이 노사분규를 겪었고 극복도 해 봤으니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 같군요.

A.문국현
노동 문제는 노사분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늘어나는 외국근로자 고용이 더 걱정이에요. 왜냐면 가장 중요한 자원이 사람인데 비정규직을 자꾸 늘리면 평생학습을 못하게 되고, 제3국 근로자는 창조를 모르게 되니 자칫 잘못하면 사회가 문맹의 길로 가거든요. 저는 그게 더 큰 문제라고 봐요.

 

물론 노사분규도 문제인데 잘 보면 우리 노동조합 결성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해요. 노사분규가 많은 회사를 보면 경영자들의 비리가 많고 스캔들이 많아요. 노사 문제는 복합적 문제예요. 지도층이 부패할수록 해결하기 힘들고 지도층이 투명할수록 풀기가 쉬워집니다. 잘 생각해보면 산업재해에서 연 15조 손실을 입는 나라가 2조8천억 수준의 노사분규 손실을 더 걱정하는 게 우스운 거지요. 

 

Q.자유칼럼
기업인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대체로 지도자의 정직성은 밑바닥 사람이 먼저 알아봅니다. 청소하는 사람이나 시장판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먼저 알아봐요. 대통령의 정직성은 국무총리나 장관이 알아보는 게 아니죠. 배운 사람들이 나쁜 짓 할 때 보면 감각이 없어요. 많이 배워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들이 논문을 표절하고 황우석 사건이나 마광수 교수 사건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리더 그룹들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 회의가 듭니다.

A.문국현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관습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대화를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합니다. 사회적 대 타협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언론과 신뢰할 수 있고 책임 있는 시민사회의 훌륭하신 분들이 힘을 합해서 지도자들이 신뢰의 상징이 되도록 만들면 노사분규는 사라진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고 있어요. 쉬운 길은 과거와 단절하는 일인데요. 조금 아픔을 겪으면서 더 높은 미래로 가야 하는데 과거가 편하고 익숙하니까, 거기에 오래 안주하고 있다 보니까, 함께 몰락을 하는데 기업들도 보면 재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30년 주기로 망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10년 만에 87% 기업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선진국은 30년에 80%가 사라지고 60년 정도면 한 1%만 남습니다. 그게 다 한번 성공한 모델에 안주하다가 새 시대에 맞는 핵심역량을 가지지 못해 몰락하는 거거든요.

 

Q.자유칼럼
중소기업이 300만개쯤 되지요?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라고 해요. 중소기업이 자금도 어렵고 시장도 어렵지만 핵심은 역시 사람이라고 고백을 하시는데 그분들한테 가구점 주인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어느 가구점 주인이 며느리를 고르는데 밥은 조금 먹고 기운 센 사람을 찾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못 고른다는 거죠. 장롱도 번쩍, 소파도 번쩍 들고 왔다 갔다 하려면 밥도 먹을 만큼 먹어야 힘을 쓰거든요. 중소기업에서도 사람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과거와 단절하고 급여 정책의 변화, 분배 정책의 변화를 주어서 인재들이 갈 수 있는 장치를 스스로 만들어야지요. 지금 상태로 계속 놔두고 사람이 오지 않는다 하면 닭과 달걀의 문제가 되고 말아요.

 

중소기업의 혁신도 재벌 기업의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도전이라고 보고 있어요. 중소기업중앙회에 선견지명이 있고 비전이 있는 지도자가 나온다면 좋겠어요.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장을 국회의원 시키는 선례가 있다 보니까 그 자리도 정치적 감투가 돼버렸어요. 전문인이 맡아야 할 자리가 정치 감투가 되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져요. 중소기업 사장들도 많이 만나시지요?

A.문국현
늘 만나고 있고 종종 혁신 포럼에 초대 받아 가죠. 가면 몇 가지 얘기를 해요. 우선은 평생학습을 해야겠는데 그러려면 뭔가 인센티브가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게 학연 지연 정실에 근거한 대기업과의 관계예요. 대기업들의 하도급 관계가 완전히 불공정한 상황에서는 평생학습이 우선순위가 되기 어렵거든요.

 

하도급 비리를 막자면 공정경쟁이 되게 해야 하는데. 부당한 하도급을 막자고 만들어 놓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하도급 비리에 대한 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발 안하거든요. 나쁘게 말하면 다른 정부기구가 고발을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중소기업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이나 일본이나 대만과 같이 되려면 중소기업 혁신 역량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그룹이 있어야 하고 결국 그것이 평생학습 체제로서 대학과 중소기업과 젊은이들과 융합이 되어야 합니다. 지방대학이 계속 무너지고 중소기업도 무너져 가는데 대학을 졸업한 200만명의 젊은이들은 노는 한이 있어도 중소기업에는 가지 않아요. 세 개가 미스매치 되고 있어요. 이런 것을 바로 잡아야 돼요.

 

과거 종합무역상사법에 의해서 대기업 중심으로 해외로 나갔던 것을 이제는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고 대기업은 돈이 넘쳐 걱정 일 정도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이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율도 바꿔야 해요. 중소기업청 하나 빼고는 온 나라가 대기업에 쏠려 있는데 대기업은 지난 10년 사이에 200만 근로자를 130만으로 줄였단 말이에요.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 우선 중소기업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부터가 중소기업에 대한 중요성, 일자리의 중요성, 학습의 중요성, 그리고 일자리와 학습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 우리사회의 부패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 평생학습제도를 중소기업에 여하히 도입하느냐가 한국 경제와 젊은 세대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봐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잘 하고 있잖아요.


 

Q.자유칼럼
메르켈의 정책 중 눈에 확 띄는 탐나는 정책이 무언가요?

A.문국현
독일은 근로시간이 적었어요. 1년간 1400시간 밖에 안됐거든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2400 내지 2600시간입니다. 영국은 1600시간쯤이죠. 독일의 근로시간을 1400시간대에서 1600시간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동자와 기업으로부터 각각 양보를 받아냈어요. 이런 타협을 이끌어 내고, 조직이나 예산이나 인센티브를 전부 다 일자리 창출 쪽에 두니까 독일의 실업률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무역 흑자가 2000억불이 넘게 되었어요.

 

당연히 중소기업은 부활하구요. 지난날 미국의 빌 클린턴도 8년 동안 2천5백만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거의 다 중소기업에서 만들어냈어요. 한국의 경제력으로 환산하면 500만개 가까운 일자리인데 거의 다 중소기업에서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해요.

 

Q.자유칼럼
일본의 경우에는 역대 수상들이 재임하는 동안 국가발전을 한 단계씩 선진국에 진입시키는 전통이 있어요. 요시다 시게루 수상은 미일 관계를, 다나카는 고도성장을, 이런 식이죠. 이들은 2년 내지 5년 재임하는 동안 국가를 한 단계씩 올려놓습니다.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로 한 5년 만에 역사도 바로잡고, 제도나 사회 가치 이데올로기도 다 바꾸려는 과욕을 부리지 않습니까.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의 역할은 일자리 만들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파이를 키우는 일인데, 사장님께서는 어떤 게 첫째라고 생각하시나요.

A.문국현
현재와 같은 낡은 패러다임, 즉 개발복지로는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안 돼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고요. 태반이 제3국 근로자를 쓰는 사업장이 됩니다. 그 모델에서 벗어나야 하고 하이 로드로 가기 위해서는 육체 경제가 아닌 지식경제로 가야 되고 그것은 결국 평생학습을 실현하는 사회체제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강 25세만 되면 공부가 끝나는데 중소기업에 간다면 학습은 그걸로 완전히 끝나는 거죠. 생각해보세요. 중국은 한 달 월급이 200불 미만인데 저희는 2000불이거든요. 200불짜리와 2000불짜리가 경쟁하는 데 같은 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면 안 되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 어느 한 쪽으로 자본은 집중해봤자 더 이상 소용이 없습니다. 대기업들이 투자할 데가 없어서 금고에 100조씩 가지고 있잖아요. 가계는 400조 가까운 부채가 늘었고 정부는 500백조 이상의 부채가 늘었는데 대기업은 과거 150조 200조 부채로부터 100조까지 현금을 보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거든요.

 

자본축적이나 토지 개발로 일자리가 는다든가, 이런 걸로 투자가 생기지는 않아요. 경제인구 2000만 명이 종사하는 중소기업 쪽이 일본과 대만보다 혹은 독일의 중소기업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나라에 희망이 생기지요.

 

Q.자유칼럼

   
 

답답한 농업 이야기 좀 해볼까요. 농업전문가들과 토론을 해보면 한국의 농, 어촌 문제의 답을 못 찾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부도 보조금을 주거나 선심 정책으로 농민들을 달래면서 가고 있지요. 이것은 혹을 더 키우는 일이죠. 농촌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놓으신 게 있나요?

A.문국현
전 농촌 살리기 운동을 오래 해왔어요. 농촌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또 우리나라 농민단체나 농촌단체들도 단순히 경제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되는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상황에 따라서는 식량안보 차원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삶의 터전인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것도 있거든요. 농업을 개방해서 득을 보는 업종이 있다면 농촌만이 희생해야 된다는 것은 옳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합의를 봐야지요.

또한 농촌은 쌀과 고기만 생산하는 곳만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유산이고 자연유산입니다. 농촌이 없이 우리나라가 온통 시멘트로 발라져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살 수가 있겠어요? 그런 면에서 문화적 가치라든가 생태적 가치라든가 역사적 가치 또 교육적 가치 이런 것을 감안해서 도시민들이, 또 산업 지도자들이 농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도 농촌 운동을 하고 있어요.

 

Q.자유칼럼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기업농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기업중심의 기업농 주장이 있잖아요.

A.문국현
그것은 자칫하면 나머지 문화적 자산이나 생태적 자산, 의학적 자산을 훼손할 수가 있어요. 농업 소득보다는 농업 외 소득이 네 배 내지 다섯 배 나오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농업 소득으로 보면 일본 못지않아요. 가구당 2000만원이 넘거든요. 그런데 일본의 농가 소득이 1억 원에 가까운데 80%가 농업 외 소득입니다.

우리도 1억원 농가소득을 올리게 하려면 농외소득을 네 배 이상 올려야 합니다. 일본은 농촌 체험이라든가 교육이라든가 문화라든가 기타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이 농촌과 함께 결합 되었거든요. 그 쪽으로 가야해요. 기계화 한다고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땅을 망치면 안 됩니다. 도시의 돈과 시간과 열정이 농촌을 껴안을 수 있을 때 유럽의 오스트리아 농촌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Q.자유칼럼
그런 역할도 정부의 몫이라고 보시나요? 정부가 쌀은 사줄 수가 있는데....

A.문국현
다 같이 해야죠.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닷새는 도시에 살더라도 이틀은 농촌에 가보자라는 운동을 통해 자녀들이 농촌에 가보고 농촌에 가본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오고 30, 40이 되어서 나중에 농촌 체험한 지식을 정부 행정에도 적용하는 순환적 사회로 갈 때 희망이 생기는 거지요. 우리가 북한 경제도 망치는 것 보다는 돕는 것이 한반도가 살 길이라고 생각하듯이 농촌도 마찬가지예요. 농촌을 버려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면 정말 안 된다고 봐요.

 

Q.자유칼럼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농촌을 없애자는 소리만 못할 뿐 사실은 말라 죽어가도록 방치하는 태도를 보이거든요.

A.문국현
그렇게 말씀하셔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도층들이 관심을 그 쪽에 갖고 교육계와 언론계와 사회지도층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면 현재보다 훨씬 나은 희망을 갖게 된다고 봐요. 우리 농촌 하나하나가 잘 살아서 물도 생산하고 아름다운 공기도 생산하고 문화도 유지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남아야 합니다.

 

Q.자유칼럼
예전에는 농업이 수지맞는 사업일 때도 있었지요. 한 세대전만 해도 소득이 높았거든요. 그래서 도시로 나온 자식들 중에 일이 잘 안 풀리면 집어치고 고향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전혀 다른 사회가 되었어요. 서울의 국회의원도 40대 국회의원은 농촌에 관심이 없어요. 자기가 자란 사회는 산업사회니까 도시 노동자가 중요하고 울산의 자동차 노동자가 중요하거든요. 앞으로는 농촌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줄어들 걸로 봐요. 지금 농촌출신의 손자들도 시골 가겠다는 얘기 안 하잖아요.

A.문국현
메가트렌드에서 사업구조의 대이동을 얘기하잖아요. 산업구조의 대이동은 농촌으로의 이동이거든요. 산업 발전 단계로 자연을 파괴하고 산업화 대기오염이 일어났지만 나중에 선진국 중에서 자연을 파괴한 채로 선진국 된 나라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결국 산업화가 진행되고 난 뒤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 농촌, 숲, 샛강, 개울이고 생태계이기 때문에 대이동이 일어나요.

 

게다가 21세기는 IT에 발전에 의해서 참지식인들이 재택근무라든가 농촌 근무를 하면서 디자인도 보내고 의사결정도 할 수 있는 이런 시대가 오거든요. 그래서 농촌의 역할이 복합화가 되는 것이지 농촌 자체가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농업만 하던 농촌이 아니라 복합적 기능을 하는 농촌으로 바뀌면서 대이동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는 거지요. 지금 우리는 너무 도시에 쏠려 있는 게 아닐까요?

 

Q.자유칼럼
개인적으로 멘토가 있으세요?

A.문국현
많이 있는 편이죠. 늘 읽는 책 속에도 멘토가 많지요. 우리 회사는 심리지원제도가 활성화되었는데 그렇게 된 것도 제 자신이 좋은 친구들도 많고 선배들도 많지만 멘토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유일한 박사님도 좋은 멘토시고 저에게는 부모님도 훌륭한 멘토세요.


Q.자유칼럼
이제 나라의 기둥 이야기 좀 해보지요. 나라를 받드는 중요한 기둥이 세 가지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기둥이 또 있겠지만 역시 중요한 기둥은 외교안보, 교육, 경제 아닐까요? 우리나라가 지난 10여 년 동안 이 세 가지 기둥에 불안한 느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쌓여서 정권교체 무드로 확산되는 게 아닐까요? 지금 외교 안보나 교육이나 경제에 얼마쯤 점수를 주시겠어요?

A.문국현

   
 
지난 역대정권의 누적된 잘못이 나타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책임만을 가지고 이거 못마땅하다, 잘못 됐다라고 매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 잘할 기회가 없었느냐 보면 아쉬움이 많아요. 정부가 만약 국민의 마음을 사고 갔더라면 달라졌을 게 더 많거든요.

 

이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릴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대기업에 더 의존적으로 가버렸어요. 모든 통계가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어요. GDP가 4%로 성장했든 5% 성장 했든, 알맹이를 보면 한 쪽으로 쏠려버렸어요. 재래식 토지 개발이라든가 부패를 기반으로 한 그런 경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부가가치와 지식과 창조를 기반 하기보다는, 전 국토의 개발화만 확대되고 있거든요.

 

교육도 전 산업에서 평생학습이 일어났어야 당연한데 그런 것은 안하고 다른 것만 가지고 씨름하다 세월이 다 갔거든요. 안보에서 보더라도 불필요한 과거논쟁이라든가 불필요한 논쟁에 휩쓸려 국민들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친중국 정책을 쓰는 것 같았다가 또 친미 쪽으로 가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살 정도로 균형을 못 잡으면서 남북이 다 소외되는 그런 인상을 주어 안타까워요.

 

뒤늦게나마 지금 북미 관계나 남북관계가 회복되어 다행이지요.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주 중요해요. 그것이 안보의 기본이고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에요. 한반도가 주변 열강 속에서 150년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선진국으로 가려면 우리하고 먼 거리에 있는 나라들, 유럽이라든가 미국 러시아 호주 라틴 아메리카하고 친해져야 됩니다. 세계적인 균형 감각이 안보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남북 러시아로 연결되는 이 통로를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북한이 만에 하나 동북공정의 마지막 종점이 되어서는 안 돼요. 티베트에 중국 철도가 연결됨으로써 티베트가 완전히 중국화 되고 있잖아요. 지금 만주에서부터 나진 선봉지역까지 중국이 고속도로를 닦고 있는데 그게 150년 만에 동해로 나오는 길을 확보하는 겁니다. 우리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하고 우리 남한이 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안보 문제는 다른 나라를 의심하는 바탕에서 이야기되는 거라서 말하기가 거북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가까운 나라가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나라가 힘이 커갈 때 우리도 같이 힘이 커져야지 우리가 힘이 약해지면 아무리 정신적 독립국가니 정신적 자주국가니 해도 다 소용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의해서든 자신의 힘에 의해서든 주변국가와 주고받을 것 있는 나라가 되어야지 주고받을 게 없는 나라가 되는 순간 독립성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Q.자유칼럼
올해 대통령을 잘 뽑아야 되겠다는 자각이 매우 커졌어요. 신문에서 노무현 학습효과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올해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1단계가 정치권에서 공천형식으로 후보가 만들어지고 2단계가 언론이 검증을 하고 3단계가 국민들의 투표로 선택하는 3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이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거든요.

 

공천이라는 것이 독과점이라서 정치권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제 아무리 좋은 사람도 발을 못 붙여요. 정객들의 독과점 시장이니까 정당이 추천하면 국민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두 번째는 언론이 정말 양심적으로 철저히 검증을 해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언론 구조라는 것이 메이저 신문은 특정한 몇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깊이 개입해 있고, 방송은 사실상 국가권력의 지배를 받는 체제거든요. 언론에서 제대로 검증을 안 하고 언론이 알아서 가릴 건 가려 버리고 별 것도 아닌 것은 미화해서 내보내면 국민들은 헷갈리는 겁니다.

 

거기다가 30년 가까이 지역감정이라는 이상한 풍조 때문에 후보에 상관없이 지역감정으로 선택을 하는 이런 모습이잖아요. 종전 프로세스대로 하면 큰일 나겠다 하는 생각에서 자유칼럼은 지난 연초 특집칼럼에서 김수환 추기경님께 공개서한 형식으로 대선후보검증을 위한 국민협의회를 하나 만드시라고 제안했어요.

 

기존 프로세스대로 하면, 방송이 합동토론회 열고 신문은 후보 좇아다니면서 동정을 보도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할 테고, 여기에 지역감정까지 가세하면 이번에도 좋은 사람 못 뽑습니다. 그러니 아예 국민협의회 같은 비정치적 기구를 만들어서 거기서 후보를 모셔다가 철저히 검증을 해달라는 거죠. 기성 언론이 하던 거와는 다르게 지도자로서의 성품 역량 사명감을 제대로 검증해서 국민들이 투표하는데 참고가 되도록 공개하자는 것이지요. 추기경님으로부터 답은 아직 안 왔어요. 이것은 동의를 구하는 질문이기도한데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문국현
종교인들은 다 용서하자고 말씀하지 않으실까요? 종교의 생명은 용서에 있으니까요. 사실은 후보 스스로가 자기 검증을 하고 다음으로는 주변에서 검증을 해서 나와서는 안 될 사람은 스스로 접게 해야죠. 그러나 그렇게 안 되는 현실이니까 검증은 철저하고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그럼요, 검증은 철저할수록 좋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후보 주변의 사람을 살피는 겁니다.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그 후보는 위험합니다. 역사를 보면 지도자보다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리 사회가 그 동안 부패와 정실을 기반으로 해오다가 이제야 변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깨끗한 사람들이 몰려 있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후보 주변에 있는 분들까지 함께 봐야 해요.

 

Q.자유칼럼
지금까지의 검증은 사실상 언론이 독점했거든요. 후보를 생산하는 것은 정치권의 독점이고 이 독점이 결과적으로 나쁜 상품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프로세스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겠지요?  

A.문국현
검증은 이중 삼중으로 철저히 할수록 더 좋죠.

 

Q.자유칼럼
취업준비중인 젊은이들을 위해 묻겠습니다. 유한킴벌리가 원하는 인재상을 단 한마디로 정리해주신다면 어떤 것인가요?

   
 
A.문국현
우리는 참지도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머리만 좋은 사람 보다 남의 꿈과 행복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요시 하죠. 유일한 박사님은 “사람에게는 신뢰가 모든 것의 기본인데 신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윤리적으로 신뢰 받을 수 있을 때 협력의 대상이 되고 기술적 신뢰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음은 좋은데 무능 하면 안 되다는 것이죠.

 

대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술적 능력은 많이 가지고 있으나 윤리적 신뢰가 부족한 거 같아요. 학창시절에 커닝을 하면 사회에 나가서도 커닝하게 돼요. 남을 속이고 앞서 가려 하지만 결코 앞서 갈 수 없고 결국은 경쟁력이 약해져요. 문제해결 능력이 없어지고 엉뚱한 방법을 쓰니까 온갖 비리를 저지르게 되는데 내가 B학점을 받더라도 A학점을 커닝해서 받는 사람보다 더 떳떳한 사람들은 나중에 창조적인 능력이 늘어나 성공하거든요.

 

우리 회사는 학점이 좋으면 좋지만 더 중요한 게 자기 능력을 왜 키우는가, 능력을 키워서 남을 돕기 위한 사람들, 그런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 삶의 지표가 정확한 사람들을 뽑아요.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신뢰예요. 올바른 인생관과 철학을 가지고 자기능력을 남을 위해 쓸 사람을 고르는데 요즈음은 해외 일이 늘어나서 기왕이면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기다려요.

 

Q.자유칼럼
신뢰는 무게로 달수도 없는데 입사시험에서 어떤 식으로 검증하죠?

A.문국현
먼저 대학생활이나 성적이 많이 들쭉날쭉 했는가 이런 것을 봐요. 전공과목을 소홀히 했다 하면 평생 성실하지 않은 걸로 보거든요. 그런 다음 세 그룹이 차례로 인터뷰 합니다. 같이 일할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을 인터뷰 하고, 상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그룹들이 함께 인터뷰를 하고, 지원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인사부서가 판단합니다. 그렇게 세 팀이 듣고 결정한 다음 합격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후보기간을 줍니다. 이 기간 동안에 합격자와 회사 서로가 선택권을 가지면서 조율하는 거죠. 후보기간 3개월 동안에 이 사람이 남을 위해서 일할 사람인지, 자신만을 위해 살 사람인지를 많이 봅니다.

 

Q.자유칼럼
3개월 맞선 기간은 테레사 수녀가 사람을 뽑던 방식과 비슷하군요. 국내 기업엔 흔치 않은 제도인데 최종 합격률은 높은가요?

A.문국현
높은 편이고 대개는 성공합니다. 이직률이 아주 낮고 3개월 동안 포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저희 회사 분위기가 완전 개방이거든요. 다른 데 가면 회사 정보를 3개월이나 6개월 뒤에 알거나 주주총회 때 알고 이러는데 저희는 아예 공개를 해놨어요.

 

Q.자유칼럼
보통은 기업인에게 원하는 인재상을 물어보면 대부분 일을 잘 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인재를 원한다고 하는데요.

A.문국현
신뢰를 해야 남이 물건도 사주고, 광고비를 덜 들여도 물건의 기능을 설명할 수 있고  판촉비를 덜 써도 팔 수 있어요. 신뢰는 가장 큰 경쟁력이거든요.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광고나 판촉 많이 해도 한 두 번이나 속아주지 더 이상은 안 속거든요. 신뢰가 가장 큰 것이에요.

 

Q.자유칼럼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화 도중에 ‘나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씀하신 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시대에 나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지요. 과연 몇 사람이나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요? 그만큼 살아 온 인생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A.문국현
초면에 딱딱한 이야기만 해가지고… 몽골 다니는 얘기도 하고 재미있는 얘기들도 많이 있을 텐데요. 장시간 감사드리고요, 자유칼럼이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맑고 밝은 세상
글쓴이 : 늘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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