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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풍수’ 보면 차기대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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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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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11:31:10 |
“땅의 기운을 받아 태어날 때, 맑고 탁하고, 현명하고 어리석고, 착하고 악하고, 귀하고 천하고, 부자가 되고 가난하게 되고, 오래 살고 일찍 죽고 등의 차이가 어찌 없겠는가” 조선조 지관을 선발하는 데 필수 시험과목이었던 ‘지리신법(地理新法)’의 한 대목이다. 대선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게 풍수지리고 그와 연관된 게 후보자들의 생가다. 소위 대통령이 되는 조건 1순위로 생가를 꼽기 때문일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의 생가를 풍수지리적으로 관찰해 보니 “사람이 거처할 집에서는 산능선의 기세가 중요하다”는 양택십서(陽宅十書)의 이론과 일치했다. 도대체 생가가 어떠하길래 이 사람들이 대통령까지 됐던 것일까. 각 대통령들의 생가가 머금고 있는 풍수지리학적 해설에 주목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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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터로 의리있는 부하들 많이 거느린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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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는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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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전두환 대통령 생가’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생가는 안채, 행랑채, 측간 초가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총 건평은 251.5m²다. 처음에는 5채였으나 1988년 11월 방화로 2채가 타버렸다. 생가는 경남도에서 사들여 합천군에 넘겼다. 군은 매년 한차례씩 초가지붕을 보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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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 김영삼 전 대통령 · 김대중 전 대통령 · 노무현 전 대통령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 |
이 마을의 실질적 주산(主山)은 정상에 ‘못재’라는 연못이 있는 산이다. 이 못재가 있는 곳에서 능선이 뻗어내려 마을을 감싸고 있고 이 때 동네의 왼쪽 산줄기 즉 청룡 끝 줄기에 생가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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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이런 곳에 집터를 잡는 사람들은 가난하여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이런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안동네 잘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접경지라는 여건상 다른 세계를 넘보면서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키워가는 이중적 성향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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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내룡이 확실하고 청룡이 다한 지점이며, 생가의 좌청룡은 열두 폭 병풍과 같은 산이 황강 밖으로 둘러치고 있다. 우백호는 집 앞까지 감싸 본신 안산을 겸하면서 공손하게 절을 하고 있다. 백호 안산은 여자, 재물, 부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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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부하, 그것도 의리있는 부하들을 거느린 전 전 대통령에게 그 터의 영향이 있었다면 이 우백호와 안산의 영향일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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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사람들은 이 마을을 ‘넓은 모래밭에 기러기가 내려앉는 형상’ 즉 평사낙안형(平沙落雁形)의 명당이라 일컫는다. 마을 앞을 감싸 흐르는 황강 모래밭에 기러기가 내려앉는 형상의 산세이기 때문이며, 생가 터는 그 주둥이 부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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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가 내려앉을 때 부드럽게 접지할 수도 있으나 충돌할 수도 있기에, 이 땅은 길흉화복의 극단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풍수 속설에 “평사낙안형의 명당이 진짜가 아니면 후손이 끊긴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 전 대통령이 태어나기 전 어린 형이 떨어져 죽은 것도 이런 땅의 속성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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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는 경남 거제시 외포리 대계마을에 있다. 외포리 마을 입구에서 보이는 번듯한 기와집이 생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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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본채 76m², 사랑채 26m²다. 김 전 대통령의 6촌이 살면서 관리를 해왔으나, 1987년 태풍 셀마로 건물 어귀가 무너진 뒤 빈집이 됐다. 현재 거제시 소유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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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의 특징은 산 능선이 동네 한가운데로 뻗어내려, 산 능선의 끝집이면서 동네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동네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생가는 풍수이론에서 말하는 편안한 땅에 있는데, 그런 땅의 성격은 친화적이고 여유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대인관계에서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따르는 것도 이런 땅의 속성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전임자와 후임자에 대해 싫거나 좋은 감정의 차이를 보이는데, 생가에서 비롯되는 원초적 기질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생가 주변은 토성과 금성의 산들이 거의 감싸고 있다. 토성은 일자문성으로 왕이 나온다고 하며, 금성은 부자가 나온다는 산의 형태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그 윗대 조상부터 유지였지만, 풍수지리와 무관하게 터를 잡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도 김 전 대통령의 생가와 비슷하며, 국토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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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풍수지리에 가장 담담했던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인데, 그의 정치인생 가운데 풍수지리를 따라 이장을 하거나 이사한 흔적이 없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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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가 풍수지리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의 조부모 및 어머니 묘를 답사해보면 풍수지리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게 풍수지리학자들의 견해다. 또 그 무덤들에서 그의 엄청난 야심을 엿볼 수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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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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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는 본채, 헛간, 측간 등이 초가집으로 이어져 있으며, 1999년 김해 김씨 종친회에서 돈을 모아 복원한 것이다. 실제 생가 터에는 터를 알리는 돌만 놓여져 있는데, 이곳에서 20m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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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는 신안군이 관리하고 있으며 방에는 대통령 재임 시절의 사진과 저서를 모아놓은 책꽂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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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광 2구와 후광 1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1km 떨어진 곳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가 마을을 바라보면 마치 거북이가 목을 길게 빼고 있는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금거북이 진흙밭으로 들어가는 금구몰니형(金龜沒泥形)이다. 생가는 거북이 머리 부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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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하의도 북동쪽 끝에 있으며, 동네의 좌청룡 끝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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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의 주산에 올라보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데 썰물 때는 북동쪽의 섬 장병도와 갯벌로 이어진다. 생가 터는 하의도의 맨 끝집이라기보다 장병도에서 이어지는 지맥의 가장 큰 원 줄기의 왼쪽 능선에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하의도 전체의 산들은 생가 우측 작은 능선에서 이어져 나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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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앞으로는 다섯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서 오봉산이 되는데, 이 봉우리가 백호이자 안산을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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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싸여 집터에서 보면 바다가 넓게 보이지는 않으나 언뜻언뜻 바다가 비쳐진다. 풍수에서는 언뜻언뜻 비쳐지는 규봉(窺峰)을 흉하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의 변화무쌍한 정치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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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평전에서 “사람은 지리와 혈통이란 선천적 요인에 의해 초기의 운명이 결정지워진다”고 적고 있는데, 생가 터를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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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특별히 풍수를 신봉하는 편은 아니지만, 곤충이나 기타 갑각류 동물의 더듬이 위치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내가 살아오고 겪어온 일생에 비추어 볼 때 그럴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기술했다. 생가에 대해 풍수적 영향을 인정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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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속해 있으며, 생가는 진영읍에서 동북쪽으로 4.5km 떨어진 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작은 방 2개와 부엌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생가는 청색 빛 감도는 슬레이트 지붕이 인상적이다. 생가 주변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이 봉하산인데, 거대한 암괴로 이뤄져 있어 강기와 살기를 띠고 있다. 봉하산은 그리 높지 않으나 김해, 창녕, 창원, 마산, 김해 등 5개 시가 보이는 영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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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큰 형이 70년대 중반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은 집터의 강한 기운 탓과 연관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진보적인 정치관을 갖고 있지만, 생가는 전두환, 김대중, 노태우 생가보다 더 근접한 모양이고 징후가 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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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장성할 때까지 봉하산 정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는 상고를 졸업한 뒤 동네 앞 과수원에 마옥당(磨玉堂)이란 움막을 짓고 공부했다. 마옥당은 생가와 함께 강한 기가 흐르는 봉하산이 빤히 내다보이는 곳으로 거대한 운명에 당당히 맞서는 그의 오기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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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연이어 총선에 낙선했음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은 것은 지기(地氣)가 그에게 준 카리스마적 기질 때문이다. ‘인걸은 지령’이라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말같다. 터만 비교하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터보다 기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는 권력장악을 암시한다. 풍수가들은 또 ‘복인이 봉길지(逢吉地)(복 있는 사람이 명당을 만난다)’라는 말을 즐겨 쓰는 데, 이 또한 노 전 대통령에 해당된다고 입을 모은다. 생가에는 하루에 30-40명의 방문객이 들른다는데, 일부는 이 특별한 기운을 받기 위해 생가 안방에 ‘큰 대(大)자’로 눕거나 물맛을 보거나 돌멩이와 흙을 비닐봉지에 담아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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