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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술 마시고, 라면 끓여먹고… 숭례문은 노숙자 `안방`이었다

멋진 결혼을 하자 2008. 2. 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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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 자주 울려도 경비업체선 모른척"

지난 10일 전소된 숭례문(남대문)은 경비가 허술해 노숙자들의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고 서울역 일대 노숙자들이 증언했다. 인근 서울역 주변에서 만난 노숙자들은 "숭례문 누각은 시원하기 때문에 여름이면 고참 노숙자들이, 겨울에는 지하도보다 추워서 신참 노숙자들이 그곳에서 주로 잠을 잤다"고 말했다. 관할인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야간 경비를 위탁받은 사설 경비업체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말도 나왔다.

11일 오후 11시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노숙자 김모(54)씨는 "얼마 전에도 거기서 라면 끓여먹고 소주 마셨는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불이 나기 전 1주일 전쯤 숭례문 누각 2층에서 잤고, 그때 노숙자 10여명이 모여서 라면을 끓이며 술을 마셨다고 했다. 그는 바람이 잘 통하는 숭례문 누각이 노숙자들의 '피서지'라며, 때로는 30여명이 넘는 노숙자들이 층층마다 모여 잠을 청할 때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공사장 등에서 훔쳐온 알루미늄 사다리를 숭례문의 두 귀퉁이에 두고 정기적으로 숭례문을 찾았다. 이 때문에 소주 병, 막걸리 병, 과자 봉지 따위의 쓰레기가 널려 있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박모씨는 "자다가 용변이 마려우면 그냥 누각 위에서 해결했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악취가 진동할 때가 많았다"고도 했다.

노숙자들에 따르면 야간 경비를 맡은 경비 업체 직원들은 이들이 숭례문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 감아줬다. 심야에는 아예 순찰을 제대로 돌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노숙자인 윤모(52)씨는 "일주일쯤 전에도 숭례문에 갔는데 모인 사람들끼리 술을 마신 뒤 소리치고 싸우는 탓에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윤씨는 "어차피 자정이 넘으면 우리가 자러 오는 줄 알기 때문에 경보가 울려도 경비원들이 잘 오지 않았고, 온다고 해도 '나 노숙자인데 자러 왔다'면 상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숙자는 "우리가 하룻밤에도 여러 번 드나들기 때문에 경보가 몇 번씩 울리면 계속 출동하던 경비업체도 지쳤는지 나중에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부터 숭례문 경비를 맡은 KT텔레캅은 "우리가 야간 무인경비를 맡은 뒤부터는 적외선 감지기가 울리기 때문에 노숙자가 숭례문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부인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있다면 여름철 숭례문 경비를 맡았던 이전 경비업체의 잘못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텔레캅이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고 숭례문 경비를 맡기 시작했지만, 숭례문을 특별 관리한 것은 아니었다. '국보 1호'를 관리할 전담반을 편성하지 않고, 주변 가게와 함께 관리해 왔다. 업체측은 침입자를 발견한다고 해도 사법권이 없으니 잡지 못하고, 화재 예방 업무를 우선하다 보니 경비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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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쌍코 카페
글쓴이 : 긔여운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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