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성난 민심’…국민은 없고, 정권따라 ‘표변’ | |||
입력: 2008년 05월 05일 00:24:42 | |||
ㆍ정부·한나라·보수언론 1년만에 입장 바꿔 ㆍ불신 자초…국민들 저항·분노 초래한 ‘공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따른 ‘광우병 파문’이 확산일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광우병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한·미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기 이전과 이후에 보여준 정부와 한나라당의 ‘표변(豹變)’이 불신의 근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한 문제점과 광우병 우려를 제기했던 일부 보수언론의 판이한 보도행태 역시 국민적 불신과 저항을 초래하는 ‘공범’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따라 입장도 바꾼 농림수산식품부=2005년 11월 당시 농림부는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어서 모든 연령의 소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 BSE(광우병) 상황 및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 검토’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결정할 때에는 국제기준에 비해 좀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2006년 12월에도 당시 이상길 축산국장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닌 부위가 100%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 없는 상태”라며 전면 개방에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지난 해에도 정부는 광우병 안전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면적 개방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은 “광우병이 생각만큼 위험한 병이 아니다”라며 말을 바꿔 주변을 어리둥절케 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이들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지정했다. 이는 미국 도축장이 SRM을 효율적으로 잘 제거하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뜻”이라고 변호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의 전권을 미국에 사실상 넘긴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라졌다. 농림부는 지난해 2월 미국 측이 까다로운 검역 조건 등을 문제삼고 나서자 “미국 측 주장대로 할 경우 주권 국가의 검역권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한달 뒤 “OIE의 상위 조직인 세계무역기구는 동·식물 검역 규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위험 평가가 적절하다고 인정될 경우 수입국이 자체 추가 검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이 이 같은 국제 기준에 따라 반대하면 (미국 측은)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1년 만에 미국 도축장에서 광우병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주도적으로 수입제한을 할 수 있는 장치까지 포기해버리고도 ‘안전 이상무’를 강조하고 있다. ◇야당 때와는 판이한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야당 시절과 여당인 현재의 대응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박순자 당시 여성위원장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장담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몰염치와 같다”고 주장했다. 또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 등이 검출된 데 대해 미국에 시정요구 등 금수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정부에 대해 전면 수입제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된 다음의 대응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된다는, 거의 선동에 가까운 주장은 국민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광우병 괴담은 비오는 날 벼락 맞을 수 있으니 외출하지 말라는 황당무계한 얘기와 같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을 강변했다. ◇입맛 따라 입장 바꾼 보수언론=조선·동아·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의 표변도 정부 여당 못지않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3일 보도를 통해 “미국에선 세 차례에 걸쳐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미국은 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원인을 확실히 밝히고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정부가 광우병 위험 물질인 등뼈가 발견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하고 미국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동아일보도 지난해 3월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 미-영국인보다 더 취약’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매체의 최근 쇠고기 파문 관련 보도는 광우병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으며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4일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고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사라지는 추세”라고 ‘광우병 우려’를 기우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한·미 FTA 반대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쇠고기 논란의 본질이 국민 건강 확보에 대한 우려보다는 불순한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김근철·선근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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