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3.08.13. 디카&폰카 출동>
Photo by 서경종 (marstour@mac.com)
어느 해 가을 , 국철 1호선 신도림역.
붐비는 인파 속 까만 비닐봉지 안의 강아지.
주책없이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강아지 참 귀엽네요. 혹시 드시려고..."
'까만 비닐봉지' 하면 구멍가게의 과자나 라면 등
서민의 먹을거리를 연상시키지요.
"어, 손자놈 갖다 줄꺼야!"
아저씨는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다행이네요(먹을거리가 아니라서)."
강아지의 빠끔 내민 머리를 쓰다듬었지요.
그러고는 비닐봉지 안의 강아지를 받아 들고 기뻐할
어린 손자의 모습 을 상상했습니다.
잠시후 열차는 손자에게 선물할 작은 '기쁨' 을 태우고 떠났습니다.
요즘도 가끔은 지하철에서 강아지들을 봅니다.
주로 종이 '확실한' 개이지요.
하지만 비닐봉지속 강아지와
사람 이상으로 잘 차려입고 대접받는 강아지들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과연 질이 다를까요?
짖는 소리 못 내게 하려고 수술까지 받는
아파트 강아지들을 바라보노라면
동네 흙길을 마구 뛰어 다니며
때로는 길가 똥까지 먹던 옛적 강아지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아저씨 날도 더운데 강아지는 잘크고 있겠죠?
출처 : 쌍코 카페
글쓴이 : ⓧ대추방망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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