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이미 교회신축불허가 난 사안에 대해 동래구가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교회가 사찰 앞을 가로막도록 설계돼 논란의 소지가 충분함에도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구청이 종교간 대립을 유발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녹지 지역 구분…건물 못 짓는 땅
구청측 버젓이 허가…“이해할 수 없어”
부산 동래구가 사찰 앞에 교회건축물 건립을 허가해 지역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부산 원광사 주지 인오스님〈사진〉은 최근 원광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회신축 공사의 부당성을 토로했다.
원광사가 위치한 곳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으로, 사찰 인근은 자연녹지 지역으로 구분돼 있다. 이곳에 교회 신축이 추진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한 교회가 사직동 978번지에 교회건물 신축허가를 냈으나, 구청은 이를 불허했다. 이에 불복한 교회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7년 전에 건축불허가 났기 때문에 종료된 사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9일 오전7시쯤 시끄러워서 밖에 나가보니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새롭게 교회가 지어진다는 사실을 그 때 알게 됐습니다.”
신축교회는 3479.06㎡로,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이다. 설계대로라면, 사찰과 경계선이 맞닿아 있어, 사찰과 교회 모두 신행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찰 앞마당에 서면 교회 십자가를 마주봐야 할 상황”이라며 “설사 완공된다 하더라도 양쪽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특히 스님은 2001년에 신축허가가 나지 않은 건물을 동래구가 다시 허가해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2001년부터 원광사에서 신축 반대서명 등을 벌이면서 민원을 제기해온 곳이기 때문이다.
“불허가 난 지역의 인접 번지를 이용해 신청한 교회도 문제이지만, 해당부지에 대해 형질을 변경하고 건축을 용이하도록 조치를 취해준 구청을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구행정의 기본이 지역주민을 위한 것인지 교회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원광사 본사인 양산 통도사도 지난 9일 동래구청의 결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통도사는 “이번 건축 허가는 종교 간의 화합과 조화를 파괴하는 결정이며 불교인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오스님은 “녹지지구 내 건축행위와 관련해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민원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동래구가 건축법의 문구만을 근거로 인허가 행위를 시행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스님은 오는 16일 오후3시 동래구청에서 관계자와 협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어현경 기자
최병문 부산지사장
[불교신문 2434호/ 6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