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사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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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3억원짜리 수면제 먹였다"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11.27 17:41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시인 곽재구가 말했듯,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재미없는 수업 시간에 밀려드는 졸음은 아무나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능도 끝난, 내일모레면 20살이 되는 고3 학생들 300명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그것도 겨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온풍기 틀어놓고 1시간 30분 동안 재미있는 특강을 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게다가 강연 주제가 < 한국전쟁과 한미동맹 > 인데?
당연히 학생들은 졸음에 빠지기 십상이고, 그런 학생들 앞에 선 강사는 막차를 기다리는 한겨울 취객처럼 적지 않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27일 시작된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안보 특강'은 학생은 '졸음'을, 강사는 '당혹감'을, 교사는 '민망함'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서울 계동 대동세무고등학교에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께까지 진행된 특강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증명했다.
"6.25 북침이라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요" 요청에 학생들 '피식'
이날 강연은 이석복 전 보병 제5사단장이 맡았다. 예비역 육군 소장 출신인 이씨는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이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약 1시간 30분 동안 한국전쟁의 기원과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온 듯했다.
이씨는 강연 초반에 "간단한 체크를 좀 하자"며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300여 학생들에게 모두 눈을 감게 한 뒤, 스스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손을 들라고 했다. 학생들이 눈을 감자 이씨가 물었다.
"자 여러분,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솔직히 손들어 볼래요?"
여기저기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약 10여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다시 이씨가 "그러면 이번엔 남침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손들어 보라"고 하자 약 20여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답변율은 약 10% 내외.
이번엔 이씨가 "우리의 주적이 미국인가, 북한인가?"를 물었다. 하지만 20~30여 명의 학생들만 심드렁하게 손을 들뿐 약 90% 이상의 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몰라서가 아니라,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듯했다.
다소 허탈해진 이씨가 강연을 이어갔지만, 많은 학생들은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졸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이씨는 "이제 눈을 떠도 된다"고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잠시 자세를 바로잡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이씨는 북한의 6.25 남침 과정을 설명하며 "당시 미국정부 고위층에서 소련의 한국 진격을 멈추는 선을 만들라는 명령이 있었고 이에 따라 미7사단이 한국에 들어와 38선을 그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남한도 공산국가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씨의 강조와 달리 졸음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의 수는 더 늘어났다. 결국 참다못한 이씨는 '버럭' 화를 내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러분들 반이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는데, 강사인 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애써서 이 자리에 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달라."
졸음을 참지 못한 학생들은 졸지에 "예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강연장에 있던 교사들도 다소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교사 2~3명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잠을 깨우기 시작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의 어깨를 툭툭 쳤고, 또다른 교사는 학생들의 목을 주무르며 잠을 깨웠다.
'버럭' 강사 "절반이 졸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 하나!"
하지만 학생들의 떨어진 고개는 좀체 다시 올라오지 못했고, 졸음의 물결은 파도가 되어 맨 앞자리까지 번졌다. 이씨는 학생들 깨우는 걸 포기한 듯 준비한 강연을 이어갔다.
이씨는 "6.25 전쟁에서 미군 3만 7000여 명이 전사했고, 약 10만여 명이 다쳤다"며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미국의 '보은'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씨는 "당시 휴전 협상이 시작될 때 북한은 개성에서 협상하자고 했고, 미국은 원산에 정박해 있는 덴마크의 병원선에서 하자고 했는데, 결국 개성으로 정해졌다"며 "왜 그렇게 쉽게 북한 의견을 따랐는지 모르겠다, 아마 미국에도 '친북한' 세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는 노무현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했다. 그러면 다음 회담에서는 김정일이 서울로 내려오는 게 맞다. 그런데 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또 평양으로 간 줄 아나? 김정일이 '나는 점령군 사령관이 아니라면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했단다. 당시 김정일은 '내가 서울에 가면 1000만 명은 도망 갈 테고, 2000만 명은 숙청시키고, 남은 2000만 명만 데리고 북한 주민과 함께 공산국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 발언에 대한 근거로 "잘 아는 정보통으로부터 들었다"라고만 밝혔다. 강연 말미에 이씨는 군인 출신으로서 국민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학 도서관에 갔더니,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을 애도하는 사진과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를 환영하는 사진이 아주 크게 걸려 있더라, 그것을 보고 과연 미국인들은 선진국민이 될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며 "그런데 과연 우리 서울대, 연세대에 그런 사진이 걸려 있나? 솔직히 조금 쓸쓸한 감정이 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제도이다"며 "인생 선배로서 여러분들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특강 끝나자 학생들 생기 되찾아... 그 모습 서울시교육청이 봤으면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은 "왜 비싼 돈 들여 이런 강연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생들에게 3억 원짜리 수면제를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이번 특강에는 약 3억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걸로 알려졌다.
또 한 여학생은 "다 아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곧 졸업하는 고3 학생 전체를 모아 놓고 또 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안 잘 수가 있느냐"며 "강사 앞에서 많이 졸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흥미 있고 유익한 특강을 준비하지 못한 교육청도 반성해야 한다, 이건 서로 고생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밖에 많은 학생들은 이날 강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강연이 끝나자 방금 전까지 졸던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이런 모습을 "올바른 역사의식과 국가관 함양"을 위해 특강을 준비했다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꼭 봤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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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학생들은 졸음에 빠지기 십상이고, 그런 학생들 앞에 선 강사는 막차를 기다리는 한겨울 취객처럼 적지 않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27일 시작된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안보 특강'은 학생은 '졸음'을, 강사는 '당혹감'을, 교사는 '민망함'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서울 계동 대동세무고등학교에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께까지 진행된 특강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증명했다.
"6.25 북침이라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요" 요청에 학생들 '피식'
이날 강연은 이석복 전 보병 제5사단장이 맡았다. 예비역 육군 소장 출신인 이씨는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이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약 1시간 30분 동안 한국전쟁의 기원과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온 듯했다.
이씨는 강연 초반에 "간단한 체크를 좀 하자"며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300여 학생들에게 모두 눈을 감게 한 뒤, 스스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손을 들라고 했다. 학생들이 눈을 감자 이씨가 물었다.
"자 여러분,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솔직히 손들어 볼래요?"
여기저기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약 10여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다시 이씨가 "그러면 이번엔 남침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손들어 보라"고 하자 약 20여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답변율은 약 10%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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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허탈해진 이씨가 강연을 이어갔지만, 많은 학생들은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졸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이씨는 "이제 눈을 떠도 된다"고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잠시 자세를 바로잡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이씨는 북한의 6.25 남침 과정을 설명하며 "당시 미국정부 고위층에서 소련의 한국 진격을 멈추는 선을 만들라는 명령이 있었고 이에 따라 미7사단이 한국에 들어와 38선을 그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남한도 공산국가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씨의 강조와 달리 졸음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의 수는 더 늘어났다. 결국 참다못한 이씨는 '버럭' 화를 내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러분들 반이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는데, 강사인 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애써서 이 자리에 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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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강사 "절반이 졸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 하나!"
하지만 학생들의 떨어진 고개는 좀체 다시 올라오지 못했고, 졸음의 물결은 파도가 되어 맨 앞자리까지 번졌다. 이씨는 학생들 깨우는 걸 포기한 듯 준비한 강연을 이어갔다.
이씨는 "6.25 전쟁에서 미군 3만 7000여 명이 전사했고, 약 10만여 명이 다쳤다"며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미국의 '보은'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씨는 "당시 휴전 협상이 시작될 때 북한은 개성에서 협상하자고 했고, 미국은 원산에 정박해 있는 덴마크의 병원선에서 하자고 했는데, 결국 개성으로 정해졌다"며 "왜 그렇게 쉽게 북한 의견을 따랐는지 모르겠다, 아마 미국에도 '친북한' 세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는 노무현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했다. 그러면 다음 회담에서는 김정일이 서울로 내려오는 게 맞다. 그런데 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또 평양으로 간 줄 아나? 김정일이 '나는 점령군 사령관이 아니라면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했단다. 당시 김정일은 '내가 서울에 가면 1000만 명은 도망 갈 테고, 2000만 명은 숙청시키고, 남은 2000만 명만 데리고 북한 주민과 함께 공산국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 발언에 대한 근거로 "잘 아는 정보통으로부터 들었다"라고만 밝혔다. 강연 말미에 이씨는 군인 출신으로서 국민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학 도서관에 갔더니,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을 애도하는 사진과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를 환영하는 사진이 아주 크게 걸려 있더라, 그것을 보고 과연 미국인들은 선진국민이 될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며 "그런데 과연 우리 서울대, 연세대에 그런 사진이 걸려 있나? 솔직히 조금 쓸쓸한 감정이 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제도이다"며 "인생 선배로서 여러분들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특강 끝나자 학생들 생기 되찾아... 그 모습 서울시교육청이 봤으면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은 "왜 비싼 돈 들여 이런 강연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생들에게 3억 원짜리 수면제를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이번 특강에는 약 3억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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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많은 학생들은 이날 강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강연이 끝나자 방금 전까지 졸던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이런 모습을 "올바른 역사의식과 국가관 함양"을 위해 특강을 준비했다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꼭 봤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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