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다 7년 전 이명박씨 한 말 더 믿는다"
[발굴 인터뷰] 당시 인터뷰 기사 쓴 김진령 전 일요신문 기자 내용 정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과 무관하고 BBK의 실소유주가 아니다'는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7년 전 이 후보를 인터뷰했던 한 기자가 "검찰보다 7년 전 이명박 후보가 했던 말('내가 BBK란 투자자문사를 세웠다')을 더 믿는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000년 11월12일자 일요신문에 '가까이서 멀리서 뉴스메이커' <인터넷에서 다시 '첫삽' 뜹니다>(18면 머리기사)라는 기사를 썼던 시사저널 김진령 차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단독인터뷰에서 "7년 전 겨울에 이명박 후보가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를 검찰 수사보다 더 믿는다. 검찰 발표를 곧이곧대로 다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BBK 내가 세웠다.' 인터뷰한 기자 "검찰 수사보다 7년 전 이명박씨 말 더 믿어"
당시 김 차장이 쓴 인터뷰 기사에는 이명박 후보(당시 e뱅크코리아 대주주)는 '증권사를 세운 이유'에 대해 답하면서 "1년 전 BBK란 투자자문사를 세웠는데 투자자문사에게 증권사는 꼭 필요하다. 이뱅크는 첫해부터 이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져 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BBk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BBK는 김경준씨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라며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주가조작 관련 혐의가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서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란 투자자문사를 세웠다'고 말한 것을 직접 기사로 쓴 김 차장은 검찰 수사결과보다 당시 이 후보가 했던 말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때 들은 대로 기사로 쓴 것이며 정치인 출신으로서 책임 있게 한 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취재 경험으로 비춰봐도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 기자 "당시 썼던, 기사 그대로…검찰 수사에 할 말 없어" 또 김 차장은 '당시 김경준과 이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월가에서 200만 달러짜리 몸값을 받는 사람을 데려왔다고는 했으나 그 사람이 김경준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000년 10월15일자 동아일보의 홍찬선·김승련 기자는 "이 대표가 꼽는 흑자비법은 아비트리지(차익) 거래, 미국계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99년 초 연수익률 120%대를 기록한 김경준 BBK 투자자문 사장을 영입했다"고 보도했었다.
김 차장은 2∼3주 전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시 기사를 찾아 기억을 되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 동아일보 2000년 10월15일자 |
2000년 10월14일자에 '이 후보가 LKe뱅크, BBK에서 대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기사를 쓴 대로"라며 "검찰 수사결과가 밝혀졌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이 후보를 인터뷰(동아일보)했던 홍찬선 머니투데이 금융부장도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대부분 당시 기사를 썼던 이들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비교해볼 때 '7년 전 이 후보가 한 말을 더 믿는다'는 김진령 차장의 말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편, 시사저널 김 차장 등과 함께 당시 BBK와 이명박을 취재한 적이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도 이 후보의 BBK 의혹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 "이명박, 7년 전 기자인 내게 펀드가입까지 권유"
|
▲ 박영선 의원이 지난 2000년 11월 MBC 기자시절 이명박 당시 BBK사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 삼성생명 17층에 있던 BBK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박영선 의원·유튜브 |
박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홈페이지 및 '유튜브'에 올린 '저는 BBK를 취재했던 기자였습니다'라는 글과 동영상을 통해 "저는 지난 2000년 11월 서울시청 앞 삼성생명 17층에 있었던 BBK 사무실에서 이명박 시장을 인터뷰했던 사람"이라며 "당시 이명박 사장은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명문대학을 나온 천재라고까지 얘기하면서 아비트리지 거래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방법이라고 열변을 토했다.…7년 전 취재기자에게까지 펀드 가입을 권유해놓고 이제 와서는 마포 해장국이나 얼렁뚱땅 반문하는 사람. 이거 용서되는 일이냐"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한 지난 2004년 7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하던 시절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저는 그 사이에 국회의원이 됐고, 이 사장은 서울시장이 됐다.…그러다가 BBK가 부도나고 사업적으로 망했다는 언론보도가 언뜻 떠올랐다. 그 땐 이 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그래서 저는 BBK 회사에 관한 자료를 우리나라 금감원에 요청했다. 당시 금감원에서는 자료요구에 크게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제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왜 그런 자료요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그런데 이 문제를 파악해보니 이미 미국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그 BBK 사무실에서 만났던 이명박 측과 김경준씨가 소송을 하고 있었다. 더 특이한 것은 이 시장 측에서 제가 취재하고 보도했던 화면, 즉 삼성생명 빌딩 BBK 사무실에서 김경준과 이명박시장이 함께 있는 화면을 증거배제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었다.…올해 초 다시 금감원에 자료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금감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더 이상 주지 않았다."
박 의원이 제작한 이 동영상은 검찰 발표 이후인 5일 저녁부터 현재까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