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 주부, '쇠고기 재협상' 요구
백분토론 '쇠고기 잔다르크'에 누리꾼들 환호
입력 :2008-05-09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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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골분 사료를 먹은 소가 풀만 먹고 자란 소보다 훨씬 맛이 좋지만 (우리는) 안전을 생각해 먹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편 중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주부 이선영 씨의 말이다. 이날 전화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이 씨는 미국 현지 교민으로써 겪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실상을 소상히 전달, ‘100분 토론 스타’로 급부상했다.
방송에서 이선영 씨는 “미국 교민들도 미국산 쇠고기 위험성에 관심을 갖고 주의하고 있다”며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뉴욕과 워싱턴, LA 등지의 재미 한인단체들이 미국 쇠고기의 안정성을 호소하는 내용의 성명을 잇달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는 “그들이 250만 한인 교민을 대표하지도 않고, 그들의 회견 내용은 교민 대다수 의견과 동떨어져 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이 씨는 “현재 미국산 쇠고기가 자국 내에서 안전하게 먹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는 상당히 다르다”며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유통되는 소는 90% 이상이 24개월 미만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과 다른 소(30개월 이상)가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이것과 같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24개월 미만이라는 소에 대해서도 유통 과정 등에 대해 불신하는 풍조가 많다”며 “많은 분들이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육골분 사료를 먹지 않은 풀을 뜯은 소만 구입하려고 바꿔가고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태호 외교통상부 다자통산국장이 “일부 한인단체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별 문제 없다고 기자회견을 한 건 일반적인 (안전성을)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한 뒤 “미국 한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혀 안 먹느냐”고 묻자 이씨는 “먹는다. 우리가 프리온 검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풀을 먹고 자란 쇠고기를 구입하려 노력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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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교민 주부 이선영 씨는 9일 방송된 MBC 토론프로그램 ‘100분 토론-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편에 전화로 참여해 “지금 미국산 쇠고기가 자국 내에서 안전하게 먹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MBC 화면 캡처 | ||
이에 대해 이태호 국장이 “한국에서도 농약을 안 친 유기농 채소를 찾는 사람이 있듯이 이것은 취향의 문제”라고 주장하자 이선영 씨는 “육골분 사료를 먹은 소가 풀만 먹고 자란 소보다 훨씬 맛이 좋은데 안전을 생각해 먹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씨의 거침없는 답변에 이태호 국장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이선영 씨는 방송직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으며 각종 게시판에서도 ‘잔다르크’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용어가 뒤섞인 전문가들의 설명보다 현지에서의 경험이 녹아있는 주부 이선영 씨의 한 마디가 더욱 설득력 있고 명쾌하다는 반응이다.
다음 아고라의 아이디 ‘식인타조 재기’는 “이선영 주부의 침착함과 논리 정연함에 감동의 도가니였다”고 극찬했다. ‘zero’는 “이선영 주부님은 진정한 애국자 이십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당신이 자랑스럽고 감사드립니다”라고, ‘에르네스토’는 “이선영 주부님이 국민 여럿 살리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등 감사의 뜻을 전하는 누리꾼들도 눈에 띄었다.
미주한인주부들 “미국에서도 쇠고기 불안감 커져”
한편 미국 뉴저지에 사는 조윤주 씨 역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9일 오전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중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씨는 “얼마 전 미국에서 두 번의 쇠고기 리콜 사태가 있었고 또 한 쇠고기 고급육 생산업체에서 광우병 검사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농무부에서 이걸 불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리고 동물성 사료의 사용도 아직 금지되지 않고 있고 또 광우병 검사 비율도 1%도 안 되는 아주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되고 있지 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안성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조윤주 씨와 이선영 씨를 포함,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교보 주부들은 지난 7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에서 이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모임은 “미국 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며 “미국 내 쇠고기 소비행태가 이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고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미주한인회는 미주 동포들이 먹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해 마치 이것이 전체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인 양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들은 “230만 재미동포 중 미 축산업의 실태를 알고 있는 한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위생성에 비판적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 소비에 더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제한 졸속적인 금번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추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성명서는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http://club.limeusa.com/mizworld)에 최초 게재된 이후 일부 미주 한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에서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9일 오후 2시 현재 500여명이 넘는 미주 한인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다음은 성명 전문.
미국내에서 서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한인 주부들이 뭉쳤습니다.
많은 미국내 한인 주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미주 한인회의 성명서 발표에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이들 한인회의 입장이 마치 전체 미주 한인을 대변하는 것인 양 호도되는 기사들에 답답한 마음 금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던 주부들이 뭉쳐 이번에는 우리들의 입장도 발표를 해보자며 온라인 상에서 며칠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동으로 성명서를 작성했습니다.
일부 미주 한인회가 우리와 같은 미국땅에 살고 있다고 해서 또 한인회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결코 미국에 사는 한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이 성명서를 통해 여러분께 알립니다.
성명서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주부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촉구합니다!!
가족의 건강과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미주 한인주부들은 금번 미국 쇠고기 협상으로 앞으로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를 한국동포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내 축산업계는 도축 직전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현행법을 어기고 광우병의 증세가 의심되는 소를 도축하였고 이 업체의 쇠고기가 학교급식용을 비롯 미전역의 시장에 유통되어 결국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쇠고기 리콜을 야기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4일, 캔자스의 Elkhorn Valley Packing LLC 라는 업체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편도를 제거하지 않은 채 유통했다가 결국 냉동 소머리 406,000 파운드를 자발적으로 리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캔자스 주 고급 육 생산업체인 Creekstone Farms에서 소 뼈 파동으로 막힌 일본 수출시장을 열기 위해 업체내의 자발적인 전수검사의 의지를 밝혔지만 미 농무부가 이를 최근에 불허하였습니다. 업체의 자발적인 검사마저 가로막는 미농무부의 태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심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례들은 미국 내에서 조차 쇠고기 안전성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 동물성 사료는 아직도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았으며, 비인도적이고 비위생적인 축산환경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도 되지 않는 광우병 검사비율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유기농 쇠고기나 풀 혹은 식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쇠고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호주 및 뉴질랜드 등 광우병 청정지역에서 수입된 쇠고기의 소비 또한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 내 쇠고기 소비행태가 이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고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미주한인회는 미주 동포들이 먹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하여 마치 이것이 전체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인 양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230만 재미동포 중 미 축산업의 실태를 알고 있는 한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위생성에 비판적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 소비에 더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현재 미국의 축산 환경은 육우 사육, 광우병 검사, 도축 그 어느 과정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 이번 협상의 결과로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한국은 수입거부권조차 없이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검역주권도 없이 30개월 이상 소의 살코기와 30개월 이하 소의 뼈, 내장까지 모조리 수입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금번 미국 쇠고기 협상결과는 국민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제한 졸속적인 금번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추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2008년 5월 7일
쇠고기 수입 재협상 실행을 요구하는 미주한인주부들의 모임.
ⓒ 데일리서프라이즈 (http://www.dailys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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