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쇠고기 재협상 가능” | ||||||||||||
합의문 의견수렴 기간 거치도록 명시…계약 파기도 가능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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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재협상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라.” 〈KBS 스페셜〉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따른 재협상 불가 방침을 내놓은데 대해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KBS 스페셜〉은 지난 8일 ‘촛불 한 달, 재협상은 불가능한가’(연출 임세형, 황진성, 안주식, 조정훈) 편을 통해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인터넷으로 서명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결과는 “할 수 있다”로 나왔다. 〈KBS 스페셜〉은 이미 미·페루 FTA 협상 등 미국이 국제통상 관계에서 재협상을 요구한 사례는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쇠고기 협상의 경우도 검역주권과 국민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재협상이 당연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했다. “재협상?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재협상을 해왔다!” 〈KBS 스페셜〉은 미국이 국익에 따라 재협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일예로 미·페루 FTA는 2006년 4월 13일에 체결됐지만 미 민주당은 노동·환경조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FTA 재협상을 주장했다. 결국 페루의회가 비준까지 한 FTA는 재협상에 들어가 지난해 6월 재협상 안이 페루국민들의 반발 속에 통과됐다. 또한 2007년 4월 2일에 체결된 한·미 FTA에서도 미국은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추가협상을 요구해 사실상의 재협상을 했다. 당시 우리정부는 재협상은 불가라는 입장을 주장했지만 미국의 입장에 밀려 재협상에 들어갔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아직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국내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번 합의문은 입법 예고를 통한 의련 수렴기간을 따로 두고 있다. 수입위생조건 이행에 관한 일정에 따르면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수렴 기간이 종료(공고 후 20일) 된 후 조속히 확정된 규정으로서 공포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반대여론이 많으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합의문에서 의견수렴(public comment)이 포함된 것은 제출된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본질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합의대로 ‘의견수렴’에 들어갔고, 한국 소비자들의 광범위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에 합의문에만 의하더라도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협상의 실무적인 차원에서 미국이 우리 측을 기만했기 때문에 재협상의 요건도 성립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우에 따라서 이번 쇠고기 협상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05년 우리 측은 미국의 사료조치 강화를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을 했지만, 3년이 지난 이번 협상에선 오히려 완화된 사료조치를 미국 측이 내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의 전제가 바뀐 것이다. 송 변호사는 “국제조약에 합의를 했을 때 본질적인 기초가 됐던 내용에 있어 그와 달리 허위 진술을 해 상대가 동의를 했다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서 ‘기만에 의한 조약’으로 명명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재협상 방안이 있지만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해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대신 수입업체에게 자율적인 규제를 요구했다. 공식적인 무역제한은 아니지만, 알아서 수출량을 조절하게 요청하는 자율적인 수출규정 협정을 체결하는 것. 그렇다면 자율규제 방안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수입업체 “자율규제? 우린 안 할 건데?” 정부는 현재 국내 수입업체가 얼마나 있는지도 파악도 못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국내 70개 업체를 상대로 자율규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몇몇 업체는 그 요청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박창규 수입육협회장(가칭)은 “지방자치 신고제다 보니 만약 경남 마산에서 업체 신고를 하고 수입하면 서울에서는 모른다”며 “이들이 30개월 이상을 수입할 경우에도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축산협회는 현재 10억불(약 1조원) 규모의 한국시장에서 30개월 이상 도축소를 5%로 추산할 경우 300~900억원의 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30개월 미만만 수출한다고 해도 90%이상은 소득이 보전되기 때문에 미 축산협회가 재협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정부가 WTO법에 금지돼 있는 수입업체에게 자율규제를 부탁하는 것이 오히려 통상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문제제기 됐다.
前 프랑스 농림부 장관 “벌금 물어도 미 쇠고기 수입 안 해” 그렇다면 미국산 쇠고기 금지조치로 인해 WTO로부터 제소조치까지 받은 유럽연합(EU)는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을까. 실제로 미국은 EU를 1997년 5월 WTO에 제소했고, 1999년부터 엄청난 보복관세를 적용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이에 승복하지 않았다. 필립 바쇠르 당시 프랑스 농림부 장관은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미국산 호르몬 쇠고기는 벌금을 물더라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를 들었다. 오히려 EU는 WTO에 맞제소를 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상식적인 이유에서다.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 현재, 〈KBS 스페셜〉은 “대통령의 결단만이 난국을 풀 수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방송이 끝나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을 칭찬하는 글이 쇄도했다. 생전처음 방송소감을 써 본다는 윤세준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8일자 〈KBS 스페셜〉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KBS가 이런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기를 이 나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 또 남종길씨는 “방송 끝 무렵에는 눈물이 날려고 했다. 너무 고마워서”라며 “저의 마음을, 아니 국민 전체의 마음을 이렇게 잘 나타내줄 수 있나. KBS를 독재권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근거를 말했다”며 소감을 표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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